[현장리뷰]'0-2→3-2' 선두 강원, 헤더 3방으로 일군 광주전 미친 역전극, '창단 첫 우승' 외칠 때가 왔다
[강릉=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8일, 강원과 광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가 열린 강릉종합운동장에는 '세가지'가 떴다. 축구공처럼 둥근 보름달이 경기장을 환히 비췄다. 유명 축구 유튜버인 '감스트'가 시축자로 나서 '관제탑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강원 우승"을 외쳐 홈 관중의 큰 환호를 끌어냈다.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관중석 VIP석에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진규 코치와 동석한 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합작한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와 인사를 나눈 뒤, 경기를 지켜봤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홍 감독이 '고교특급' 양민혁과 미드필더 김동현을 지켜볼 것 같다고 예상했다. 광주에는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 정호연이 한 경기 카드 징계를 끝내고 돌아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강원의 막강 화력을 잠재울 비기를 준비해왔다며 "강원이 언제까지 압박을 할지 지켜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새로 뽑은 수트를 입고 나타난 윤 감독은 강원이 돌풍을 일으킨 작년만 못하다고 반격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강원 홈구장 역대 최다관중인 1만3170명이 찾았다. 우승권 혹은 강등권 경쟁팀간 맞대결이 아니었고, 지역 더비도 아니었지만, 경기 전부터 경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한 쪽은 원정팀 광주였다. 광주는 강원의 왼쪽 측면과 뒷공간을 집중 공략했다. 광주 공격수 이건희가 이기혁의 페널티킥 반칙을 얻어냈다. 전반 14분, 아사니가 키커로 나서 왼발로 선제골을 갈랐다. 아사니는 7분 뒤 상대 페널티박스 안 우측에서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해 추가골을 터뜨렸다. 강투지의 발에 맞고 굴절돼 강투지의 자책골로 정정됐다. 강원 벤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 감독은 쿨링브레이크가 실시되기도 전인 전반 25분 유인수 윤석영을 각각 조재혁 송준석과 교체했다. 광주의 공략 포인트인 왼쪽 라인을 뜯어고쳤다. 2골을 먼저 내준 강원이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상헌의 헤더와 김동현의 중거리 슈팅을 광주 골키퍼 김경민이 연이어 선방했다. 하지만 전반 추가시간 3분, 코바체비치가 강투지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기어이 광주 골문을 열었다. 기세를 올린 코바체비치는 후반 5분, 이번엔 황문기의 크로스를 다시 한번 헤더로 득점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지난여름 강원에 입단, K리그에 데뷔한지 3경기만에 3골을 낚았다.
90분간 펼쳐진 뜨거운 혈전의 최종 승자는 강원이었다. 강원은 후반 29분 역전골까지 뽑았다. 강원의 호주 출신 미드필더 헨리가 교체투입 4분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골문 구석을 찌르는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코바체비치와 함께 지난여름에 합류한 헨리는 홈 관중 앞에서 K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거저얻는 승점 3점은 없다. 헨리의 골이 터지기에 앞서 이광연은 일대일 상황에서 아사니의 슛을 쳐냈다. 광주 이희균의 슛은 골대에 맞았다. 양민혁이 홍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후반 33분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지만, 경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최종 스코어는 3대2였다. 강원은 제주(4대0), 전북(4대2), 김천(2대1)전을 묶어 시즌 두 번째 4연승을 질주하며 선두를 공고히했다. 이날 승점 3점을 더해 승점 50점째를 기록하며 2위 김천(46점)과 승점차를 4점으로 벌렸다. 윤 감독은 시즌 최종전까지 10경기 이상 남은 상황에서 우승을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지만,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창단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같은 라운드에서 2~4위였던 김천, 울산, 포항이 나란히 패한 것도 강원팬을 미소짓게 하는 요소다. 창단 최초 4연승을 놓친 광주(37점)는 그대로 7위에 머물렀다.
강릉=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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