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어대명’ 민주당의 모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완성됐다.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재선에 성공했다. ‘친명횡재’ 공천에 총선 압승까지 거머쥔 민주당은 지난 4개월간 두 방향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나는 막 나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다. 22대 국회 들어 벌써 특검법 10개, 탄핵안 7개를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강경해졌고 무서울 게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결국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여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또 하나는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 마무리 작업이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의 대선 후보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만들고, 부정부패 연루자 직무정지 규정은 정치검찰 독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예 폐기했다. 강령에는 이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하고, 당헌엔 대표 자문위원을 신설했다. 전당대회는 이재명 ‘총재’ 시대를 알리는 형식적 세리머니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역대 최고인 85.4% 지지를 받았다. 이제 이재명은 민주당 그 자체다.
그런데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어떤가.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율은 반등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다. 한국갤럽 7월23~25일 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한다는 응답은 28%(못한다 63%)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27%로 여당인 국민의힘(35%)에 뒤지고 있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시민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지 민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차기 대선 후보 조사에서도 이 대표 2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19%로 비슷한 수준이다. 리얼미터의 8월 2주차 여론조사를 봐도 민주당은 36.8%로 국민의힘(37.8%)에 밀렸다. 총선 압승으로 국회 의석의 57%를 차지한 거대야당,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릴 힘을 가진 그 야당의 일인자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지지율이다. 윤 정권이 싫지만 그렇다고 민주당과 이 대표를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7월 한 달 민주당에 대한 감성 연관어는 의혹, 범죄, 비판, 논란, 우려, 강행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도배됐다.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구대명’(90%대 지지율로 대표는 이재명) 실현 여부만 남은 선거였으니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당원 참여율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16일까지 대표 선거 권리당원 누적 투표율은 26.47%에 불과했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권리당원 최종 투표율 37.09%에도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나마 경쟁이 됐던 최고위원 선거마저 명심 구애 경쟁, 이 대표 하명 선거로 끝났다.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만 확인시켜줬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의 지난 12~13일 조사에서 민주당 차기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후보 44.4%, 김두관 후보 22.3%로 나타났다. 없다는 응답도 23.5%나 됐다. 민심은 이 대표 재선에 찬반이 팽팽한데 당심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구대명으로 달리는 게 민주당의 현실이다.
민주당 대표를 두 번 지내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면 이 대표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어느 때보다 심각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민주당원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상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민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는 유권자를 늘려야 한다. 당을 장악했으니 이제 유연한 정책을 들고 중원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러면 민심이 움직일까. 문제는 이 대표가 처한 모순된 현실이다. 이제 당분간 민주당 내에서 사법 리스크로 이 대표 체제를 흔들 반대세력은 없다. 더 이상 민주당에서 다양성과 소수의견이 설 자리는 없다. 당원들은 검찰 공격으로부터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해 성곽을 높였다. 하지만 그 성곽은 민심이 민주당에서 더 멀어지게 하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당장 9월이나 10월 이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어떻게 나와도 민주당은 검찰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평가할 것이고 이 대표 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민심도 그럴까. 이 대표를 정치탄압의 피해자로 보고 지지를 보낼까. 이 대표는 이 역대급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더 나쁜 편을 찾아야 하니 민주당의 반윤석열, 검찰개혁 기조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란 점이다. 정국은 계속 시끄러울 듯하다.
박영환 정치부장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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