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찜한 ‘택연V’ 내친김에 새 기록 찍자
위기 순간에도 흔들림 없는 강심장
이승엽 감독 “보통 19세가 아냐”
세이브 2개면 고졸 신인 최다 경신
19세 고졸 신인 김택연(두산·사진)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시즌 중반 마무리로 전업해 어느새 15세이브를 올렸다. 2006년 롯데 나승현이 세운 고졸 신인 최다 16세이브 기록에 단 1개만 남겼다. 세이브 2개만 추가하면 새 기록을 세운다.
김택연은 17일 수원 KT전 3-2 1점 차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사 후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신본기와 박민석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이날까지 50차례 등판해 53.2이닝 동안 66삼진에 평균자책 1.84, 홈런은 단 1개만 내주며 4홀드 15세이브를 올렸다. 나승현의 기록을 넘어서는 건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날 기준 26경기만 남아 꽤 빠듯하긴 하지만, 2002시즌 당시 대졸신인이었던 조용준이 세운 신인 최다 28세이브 기록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김택연은 구위에 배짱까지 마무리가 갖춰야 할 요건을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8.1㎞로 리그 전체에서 손꼽는 수준이다. 거기에 강력한 라이징 무브먼트를 갖춰 좀처럼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포심 피안타율이 0.193으로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을 기준으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구위가 워낙 좋아 포심 구사비율이 75%에 달하는데도 헛스윙 비율이 15%에 육박한다.
시즌 중반까지 중간 계투로 뛸 때도 김택연은 신인답지 않은 강심장으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위기 때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가 김택연이었다. 이 감독이 김택연 마무리 전환을 공식 선언한 지난 6월13일 이전까지 김택연은 앞선 투수로부터 15명의 주자를 물려받았지만 단 1명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승계주자 실점률이 아예 0이었다는 뜻이다. 주자 없을 때도 피안타율이 0.191로 낮았지만, 득점권 상황에서는 0.139로 더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마무리 전환 이후 김택연은 더 강력해졌다. 중간에서 30.2이닝을 던지는 동안 2.64였던 평균자책은 마무리 전환 이후 23이닝을 던지면서 0.78로 확 낮아졌다. 9이닝당 삼진도 10.27개에서 12.13개로 높아졌다. 마무리 임무를 맡길 때만 해도 “어린 선수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운다”고 했던 사령탑도 이제는 “보통 열아홉 살이라고 생각하며 안 된다”고 감탄한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젊은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팀이었다. 스무 살 남짓 어린 투수에게 중책을 맡기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과거 임태훈이 19세였던 2007시즌 불펜에서만 101.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40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09시즌에는 당시 20세로 ‘3년차 신인’이던 이용찬이 22세이브를 올려 역시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2년 22세로 22홀드를 올린 홍상삼, 2018년 20세로 17홀드를 기록한 박치국 역시 그 계보를 잇는 투수들이다.
두산의 과거 불펜 영건들과 비교해도 올 시즌 김택연의 활약은 돋보인다. 시즌 중반부터 신인왕 독주 레이스를 굳혔고, 마무리 전업 이후 더 두드러진 활약으로 사실상 신인왕을 확정한 상태다. 김택연이 신인왕을 수상하면 KBO는 2021년 KIA 이의리 이후 3년 만에 ‘순수 고졸 신인왕’을 배출한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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