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남 일 아닌 대형 지진…‘단층 조사’ 속도 높이자[한반도 지진 대비의 길]
2016년 9월12일, 국내 어느 방송사의 저녁 뉴스에서는 당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 지진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지진을 겪은 경주 주민의 인터뷰 도중 규모 5.8의 지진이 갑자기 또 일어났다. 주민이 긴급히 대피하는 모습은 그대로 방송됐다. 경주 지진은 ‘지진’이 다른 나라의 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계기였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24년 6월12일, 출근을 준비하던 많은 국민의 휴대전화에서 재난 문자 경보가 울렸다. 지역에 따라 시차는 있었지만, 문자 수신 이후 지진을 느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경주 지진 이후 국내 지진 조기경보 기술이 발전하고 국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자리잡았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지진의 규모, 위치, 깊이 등 지진 자체였다. 그러나 올해 부안 지진에 대해서는 지진을 일으킨 ‘단층’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있다.
지진은 결과적 현상이고, 단층은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원인이자 주체다. 결과적 현상에 대한 궁금증보다 원인과 주체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은 국민이 지진에 대해 더 심도 있는 이해를 원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진은 흔히 땅이 흔들리는 현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땅 아래의 단층이 순간적으로 깨지면서 발생하는 지진파가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지표에 도달하면서 땅의 흔들림을 느끼는 것이다.
단층이 깨지는 이유는 지구를 둘러싼 지각판이 늘 움직이면서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컵에 물을 계속해서 부으면 넘치듯, 단층도 지각운동에 의한 힘을 견디다가 깨짐이 발생하고 우리는 이때 지진을 겪는다.
국가나 지역마다 작용하는 지각운동의 힘 크기는 다르다. 이 때문에 지진의 발생 빈도가 다양한데, 다행히도 한국은 지각운동에 의한 힘이 적게 작용하는 지역에 있다.
물 잔 크기별로 담을 수 있는 물의 용량이 다르듯 단층도 큰 단층이 있고 작은 단층이 있기 때문에 그 규모에 따라 견딜 수 있는 지각운동의 힘도 다르다. 큰 단층일수록 오랜 기간 힘을 견딜 수 있는 반면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 6을 넘지 않는 지진은 작은 단층들에서 생기는데, 크기가 작아서 지하에만 존재한다. 그래서 단층의 깨짐 현상은 온전히 지하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고 지표에 있는 우리는 지진동만 겪는 것이다.
그런데 규모 6 이상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들은 그 크기가 커서 지하에만 제한되지 않고 지표까지 닿아 있다. 이러한 단층이 깨지고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동뿐만 아니라 지표가 갈라지는 현상이 동반된다. 큰 단층이 일으키는 대규모 지진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극심한 지진동과 더불어 지표가 깨지면서 우리의 ‘라이프 라인’ 즉 터널, 지하철, 가스관, 수도관 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계라는 현대적 관측 장비가 발명된 이후, 한국에서 기록된 가장 큰 지진은 앞서 언급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다. 그런데 역사 문헌과 선사시대 지질에 대한 조사를 통해 파악한 과거 지진 기록은 한국에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다수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형 지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크기의 단층들이 분포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지진과 관련한 연구 중 큰 단층과 고(古)지진 조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다.
비교적 기후가 따뜻한 부산에서 10년간 대학 생활을 한 필자는 겨울철에 눈이 조금이라도 쌓이면 매우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지진 빈도가 낮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자칫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이 잦은 국가에 비해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지진의 주체, 즉 큰 단층에 대한 조사가 지속돼야 할 시점이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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