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고속도로에 지붕을 씌우면? ‘전력 더하고, 탄소 줄이고’

이정호 기자 2024. 8.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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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연구진, 태양 전지판 건설 제안
차량 보호돼 교통사고 감소 효과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주차장에 지붕처럼 설치된 태양 전지판. 중국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형태의 태양 전지판을 전 세계 고속도로 위에 설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위키피디아 제공

지구에 깔린 고속도로 전체에 태양 전지판을 지붕처럼 만들어 얹으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60%를 감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도 28%나 줄일 수 있다. 태양 전지판은 눈이나 비가 올 때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보호하는 역할도 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중국과학원 소속 연구진 등은 국제학술지 ‘어스 퓨처’를 통해 “전 세계 고속도로 위에 지붕 형태의 태양 전지판을 건설하면 연간 17.58PWh(페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력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세계 전체 전력 소비량의 60%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이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8%나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 건설된 고속도로는 총 320만㎞에 달한다. 지구를 251바퀴 돌 정도로 길다. 그런데 이런 고속도로의 상부는 텅 비어 있다. 연구진 분석의 핵심은 이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하자는 데 있다.

태양 전지판은 보통 땅 위에 설치하기 때문에 매입·임대 비용이 들어가고, 지역 사회와의 마찰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어차피 버려지는 공간인 고속도로 위를 태양광 발전 공간으로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가 다니는 공간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리는 일은 이미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차장에 지붕 형태의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비슷한 실천을 해보자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고속도로 위에 태양 전지판을 얹으면 뜻밖의 이점도 있다.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눈이나 비가 고속도로 노면에 직접 떨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젖은 노면 때문에 주행 중인 자동차가 미끄러질 일이 감소한다. 연구진은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금보다 약 10%(약 15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방대한 면적의 태양 전지판 표면을 깨끗이 유지하려면 물 청소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며 “생산된 전력을 여러 지역으로 전송하는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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