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자녀 많으면 정년 연장

강필희 기자 2024. 8. 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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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새해 벽두부터 프랑스는 대규모 시위로 들끓었다.

연금 수급을 만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대신 그에 맞춰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60세 정년에 연금 수령은 65세인 한국에 비하면 큰 혜택이다.

독일 역시 정년을 차별로 금지하고 다만 연금 개시 연령 이상으로 지정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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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새해 벽두부터 프랑스는 대규모 시위로 들끓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밀어붙인 연금 개혁안에 반대해서다. 그런데 그들이 저항한 연금 개혁안에 적잖은 한국인이 고개를 갸웃 했다. 연금 수급을 만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대신 그에 맞춰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2년간 돈을 더 벌 수 있게 됐는데 뭐가 불만이냐는 거다. 60세 정년에 연금 수령은 65세인 한국에 비하면 큰 혜택이다. 느긋한 노후를 위해 은퇴를 미루기 싫다는 프랑스인의 정서는 정년을 늦춰서라도 ‘소득 크레바스’를 메우려는 한국인과 많이 다르다.

미국과 영국은 노동시장에서 나이를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며 ‘정년’이라는 개념을 없앴다. 독일 역시 정년을 차별로 금지하고 다만 연금 개시 연령 이상으로 지정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일본은 1994년 법정 정년을 만 60세로 정했으나 저출생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2012년엔 65세 의무화, 2020년엔 70세 강력 권장 수준에 이르렀다. 저출생과 노동력 부족은 동전의 앞뒷면으로, 우선은 기존 인력의 노동기간 연장이 선행될 수밖에 없다.

저출생 문제를 정년과 연동해 해결하려는 지자체가 하나 둘 등장한다. 대전 서구청은 다자녀 공무직 공무원에게 사실상 정년 연장 혜택을 주는 제도를 올 2월 도입했다. 정년에 도달하는 직원에게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가 1명이면 2년 더 고용하는 식이다. 미성년 자녀가 2명이면 5년, 3명이면 8년, 4명 이상이면 10년간 추가로 일할 수 있다. 대구시는 산하 공기업과 함께 이달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자녀가 2명이면 정년 후 1년, 3명 이상은 2년 추가 고용한다. 국회에는 공무직 공무원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확대를 권고하는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인구 감소가 골칫거리였다. 미혼 여성에게는 세금을 물리고 미혼 남성은 공직 등용을 제한하며 결혼과 출산을 장려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저출생으로 고통받던 바로 이 시기가 로마의 황금기(아우구스투스 황제)였다는 사실이다. 유럽연합(EU)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출산율을 회복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는 경기 호황기로 분류되는 1980~90년대 저출생이 제일 심각했다. 아이를 더 낳으면 일을 더 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이 프랑스에서는 어림없는 발상일지 몰라도, 노동 의지가 강하고 노후 불안감이 높은 한국에서는 솔깃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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