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신냉전 시대…화약고 ‘중동’ 확전시 한반도 위기

성현철 전 언론인·국제학 박사 2024. 8. 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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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철 전 언론인·국제학 박사

쿠바는 1962년 10월 소련과 비밀리에 핵미사일 배치에 나섰다. 핵미사일 발사대 건설 현장을 포착한 미국은 즉각 해상봉쇄에 돌입했다. 미소 간 일촉즉발의 대치상황. 미국은 명령 불복 선박에 대해 격침 명령을 내렸다. 상황은 미소 간 ‘치킨게임’으로 치달았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핵미사일을 선적한 16척의 소련 선단이 마침내 철수하면서 11일간 사태가 막을 내렸다.

냉전시기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위기 상황이 역사상 단 한 번 벌어졌다.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이다. 이 사건을 소개한 것은 ‘냉전’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후르쇼프 서기장은 쿠바의 핵기지 구축 제안을 덥석 받았다. ‘미국의 턱밑’에 위치한 쿠바에 핵미사일 설치라니. 얼마나 달콤한 제안인가. 이 사건은 냉전시기 미소간 첨예한 대립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냉전은 미국과 소련 간 이념 및 체제 대결의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강대국 간 전쟁이 없는 순수한 ‘콜드 워’였다. 당시 소련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인정했다는 점도 냉전의 특징 중 하나다.

그러면 신냉전은 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냉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에 친미 정권이 들어선데다 배후에 미국이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주저없이 군사력을 투입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쟁은 ‘열전(hot war)’의 성격도 띠고 있다.

신냉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패권 즉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냉전이 미국과 소련 두 나라 간 대결 구도였다면, 신냉전은 복합적 다극 구도다. 미국 동맹세력 대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전체주의 세력과의 대결이다.

세계의 4대 화약고로 동유럽 중동 대만해협, 그리고 한반도가 꼽힌다. 동유럽은 이미 러시아가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중동이다. 핵심은 이란이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를 자국 내에서 테러한 이스라엘에 대해 전면적 보복에 나설 것인가 여부다.

중동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당장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 중국이나 북한이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이 제3의 전쟁에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일전을 불사할 수 있다’고 천명해 온 중국이 대만 침공의 적기라고 판단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을 대만전에 투입할 수 있고, 한반도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미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중무장한 상태. 결국 중동전 확전 시 한반도 역시 전쟁위기로 치닫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4대 화약고의 연쇄 반응은 자칫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시나리오다. 미국이 확전을 원치 않고, 이란 역시 전면전은 부담이다. 휴전 협상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전쟁의 속성상 변수는 남아 있다. 신냉전은 이런 복합적 특성으로 인해 냉전에 비해 훨씬 첨예한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언제든 ‘열전’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반도를 한 번 돌아보자. 주변 정세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 러시아 관계가 동맹국 수준으로 격상했다. 핵을 가진 북·중·러 삼국이 더욱 긴밀해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미·일 협력 강화, 나토회의 참석 등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맹세력과 더 밀착하는 행보다. 그러면 우리는 신냉전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핵심은 신냉전의 궁극은 미중 간의 대결구도란 점이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미국 일극 체제를 위협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시점에 한미동맹을 다지고, 한·중,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원론이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 국가안보시스템을 굳건히 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신냉전이란 복합구도 속에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철저한 대비테세가 필요하다, 국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가 안보일 것이다. 적어도 안보문제 만큼은 정쟁을 떠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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