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재정 경기적십자 회장 “도민과 적십자 가치 함께 나눌 것”

황호영 기자 2024. 8. 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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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어려운 이를 위한 봉사라는 적십자의 가치를 경기도민과 함께 나누며 미래를 그려가고 싶습니다.” 이재정 제35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은 18일 진행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십자의 가치를 계속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시작한 첫 사업이 독립군 치료를 위한 간호사를 양성한 적십자 운동이었고, 1945년 8월15일 해방 이후 첫 번째로 설립된 ‘조선 적십자사’는 남과 북이 함께했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시작돼 어려운 이를 돕고자 남북이 힘을 합쳤던 적십자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확대하는 게 경기도지사 회장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이재정 제35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이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본부에서 경기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Q. 임기 반환점을 돌았는데, 그간 각별히 관심을 가져온 현안이나 사업이 있다면.

A. 취임 시점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은 적십자의 고유 역할이자 의무인 남북 관계 경색 방지와 인도적 지원 전개다. 특히 현 정부가 북한과 강 대 강 구도를 유지하면서 적십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당위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적십자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실천하는 방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업의 경우 지난해 7월 전국 적십자 최초로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 ‘직장 헌혈의 집’을 설립한 것을 꼽고 싶다. 

민간 사업장 내 헌혈의 집이 조성된 첫 사례로, 앞으로 매년 6천명 정도가 헌혈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고 있다. 항상 혈액이 부족한 적십자 입장에서는 아주 큰 힘이 되는 성과로 직장 헌혈의 집을 잘 유지하는 한편, 또 다른 사례를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Q. 남은 임기 동안 꼭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A.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첫째는 적십자 회원 활동을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 경기지역에 적십자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은 약 60만명인데, 대체로 가구주가 납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내 적십자를 알고 또 후원하는 도민이 10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인연이 적십자의 다양한 활동 참여로 이어지게 할 수 없을까, 이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일례로 적십자 경기도지사는 지난 봄 적십자 경기도지사 회원, 도민들과 30년 후 미래 세대를 위해 연천군을 찾아 3천그루의 나무를 심기도 했다. 이처럼 적십자와 회원들이 함께하는 활동을 늘려나가고자 한다. 둘째로는 누구나 주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 체계를 다지는 것이다. 가령 집에서 누군가 다치거나, 직장에서 동료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할 때 우리는 119에 신고하지만 사실 구급대원이 도착하기까지의 시간, 즉 ‘골든타임’이 생명을 좌우한다.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생명을 살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에 적십자 경기도지사는 학생을 비롯한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골절상에 대한 부목 활용법,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 등 여러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Q. 폭염 탓에 쪽방촌 등 에너지 취약 계층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응 사업과 계획은.

A. 올해 폭염이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적십자 경기도지사 역시 홀몸 노인, 쪽방촌 거주민 등 취약 계층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여름용 이불 세트를 4천700가구에 전달하는가 하면, 간편식 역시 7~8월 두 달간 월 6천가구씩 전달해 더위를 잘 피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26가구는 직접 적십자 직원이 방문해 추가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상담하기도 했다. 폭염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취약계층을 살피고 지원하는 데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

이재정 제35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이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본부에서 경기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Q. 경기일보와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캠페인을 전개 중인데, 지금까지의 성과는.

A. 2021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캠페인은 적십자 경기도지사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에서도 대단히 의미가 큰 일이다. 갑작스레 가족 구성원이 병마와 싸우게 되거나 재난을 입어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위기 가정을 발굴, 희망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적십자 경기도지사는 위기 가구 22가구를 발굴, 1만5천명으로부터 9천만원의 성금을 받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폭우로 거주지와 비닐하우스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부모 가정 A씨의 사연이었다. 그는 딸의 책가방을 제외한 집과 재산을 모두 잃어버렸지만, 기부자들의 응원과 관심으로 새 비닐하우스와 종자 구매비, 이사 비용, 딸의 치료비 등을 지원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적십자 경기도지사는 위기 가정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도록 하겠다.

Q. 적십자회비 모금액이 꾸준히 위축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면.

A. 경기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등이 겹치면서 최근 10년 사이 적십자 회비 납부 참여도가 계속 줄고 있다.

아직 이달 기준이긴 하지만, 올해 적십자 회비 모금액은 70억2천400만원으로 2014년 모금액 102억2천900만원과 비교하면 30% 줄어들었다. 하지만 적십자 회비 축소의 가장 큰 이유는 2014년 이후 집집마다 발송하던 적십자 회비 납부 요청 지로를 더 이상 보내지 못하게 된 점에 있다. 당시에는 관련 법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적십자 회원이라는 기조로 지로를 보내왔지만 2015년부터는 최근 5년 사이 적십자 회비를 납부한 가구만을 정기후원 회원으로 간주해 지로를 보내고 있다. 현재 월 1만원 이상 적십자 회비를 납부하는 정기후원 회원 수는 60만여명 수준이다. 하지만 지로용지 발송 사업이 오는 2027년 일몰되면 현재 70억원 수준인 회비 수입은 50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적십자 경기도지사는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회원의 활동 참여를 유도해 3년 뒤 지로용지가 가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회비를 납부해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또 기우회 등 지역사회 내 명망 있는 단체에 적십자 사업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하며 정기 후원을 요청하는 한편, 업무협약을 다방면으로 맺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Q. 다음 달부터 경기도지사 산하에 광명시지부가 설치되는데.

A. 9월1일부터 공식 업무를 진행하는 적십자 경기도지사 광명시지부는 경기지역은 물론이고 전국 시·도지사 중 최초로 설립되는 지역 지부다. 애초 적십자 정관상 각 시·도지사는 지부를 둘 수 있지만 창립 이래 119년째를 맞은 지금까지 실제 지부를 설립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광명시지부는 지역별로 여건을 반영한, 특색 있는 사업을 확대하려면 더 이상 경기도가 아닌 시·군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설립됐다. 광명시지부는 일단 소상공인 지원 사업부터 시작해 △지역 회비 납부 회원 지원 및 추가 회원 발굴 △지역만의 프로그램 및 사업 모색 및 전개 △기존 적십자 봉사단과의 연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적십자 경기도지사는 올해 안으로 화성, 용인에 지부를 하나씩 설치해 3개 지부를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까지 운영 성과를 분석해 안착 및 확대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Q.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한마디.

A. 경기도는 전국에서 북한과 가장 많은 지역을 맞대고 있는 지자체이자 도시와 농어촌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때문에 모든 지역이 중요하지만 특히 경기도에서 전개하는 적십자 활동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에 온기가 돌게 하고 어려운 이웃을 앞장서 돕는다는 대한적십자의 설립 취지이자 기본 가치를 도민과 함께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대한적십자 경기도지사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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