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승인받은 패통탄 태국 총리 “모든 의견 경청”

서필웅 2024. 8. 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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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총선 이후 이어진 태국 정치계의 격랑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화려한 귀환'으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패통탄의 총리 선출과 탁신 전 총리의 정치권 귀환으로 태국 민주주의는 또 한 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어 지난 14일 태국 헌재가 세타 총리를 부패 혐의로 해임결정하자 사실상 막후 역할을 하던 패통탄이 직접 총리 자리에 올랐고, 탁신 전 총리도 태국 정치권에서 완전히 영향력을 회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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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서 총리로 선출된 지 이틀만
현재 37세… 역대 최연소 기록도
내각 인선·국왕 충성 선서 후 취임
선출 하루 만에 부친인 탁신 사면
향후 ‘상왕’으로 막후 영향력 전망

지난해 5월 총선 이후 이어진 태국 정치계의 격랑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화려한 귀환’으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오랜 앙숙이었던 군부와 손잡고 딸인 패통탄 친나왓을 총리까지 밀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은 지난 16일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된 패통탄을 이틀 만에 차기 총리로 승인했다. 하원 투표에서 프아타이당이 이끄는 연립정부 정당의 단독 총리 후보로 지명된 패통탄은 태국의 제31대 총리이자 현재 37세로 역대 최연소 총리로 확정됐다. 탁신(2001∼2006), 잉락(2011∼2014)에 이어 탁신 일가 세 번째 총리이기도 하다. 패통탄의 고모부 솜차이 웡사왓도 2008년 총리를 맡은 바 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프이타이당 대표가 16일(현지시각)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된 후 방콕 당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P뉴시스
패통탄은 승인장을 받고 “열린 마음으로 의원들과 함께하며 행정부 수장의 임무를 다할 것”이라며 “모든 의견을 경청해 안정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패통탄은 향후 내각을 인선한 뒤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선서를 하고 공식 취임하게 된다. 집권당인 프아타이당은 새 내각을 3주 이내에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태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탁신 전 총리는 향후 사실상의 ‘상왕’으로 막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탁신 전 총리의 세 자녀 중 막내로 가족 소유 기업을 경영하며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던 패통탄이 2021년 10월 정계에 입문한 지 3년여 만에 총리가 된 것도 탁신이라는 ‘뒷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상 탁신 전 총리가 정계 복귀를 위해 딸을 대리인으로 삼은 셈이다.

군부 세력의 쿠데타로 축출돼 15년간 해외 도피하다 지난해 8월 귀국한 탁신 전 총리는 8년형을 받고 수감됐으나 왕실 사면으로 형량이 1년으로 줄었다. 이후 병원 VIP 병실에서 ‘황제수감’으로 형기를 보내다 수감 6개월 만인 지난 2월 임시석방됐고 패통탄이 총리로 선출된 지 하루 만인 17일 국왕 사면 명단에 포함돼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국왕의 승인을 받아 태국 차기 총리로 확정된 패통탄 친나왓 프아타이당 대표(가운데)가 1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푸아타이당 당사에 걸려 있는 국왕의 초상화 앞에서 아버지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왼쪽), 세타 타위신 전 총리와 함께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방콕=EPA연합뉴스
패통탄의 총리 선출과 탁신 전 총리의 정치권 귀환으로 태국 민주주의는 또 한 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총선에서 태국 국민들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 왕실에 대한 지나친 권한을 축소하는 개혁 공약을 내세운 전진당(MFP)을 1당으로 선택한 바 있다. 전진당을 승리로 이끈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혔으나 당초 전진당과 개혁 세력 연합을 주장하며 총선 2위에 오른 패통탄의 프아타이당이 오히려 군부와 손을 잡으며 피타 전 대표의 총리 지명이 무산되고, 프아타이당 소속의 세타 타위신이 총리 자리에 올랐다. 이어 지난 14일 태국 헌재가 세타 총리를 부패 혐의로 해임결정하자 사실상 막후 역할을 하던 패통탄이 직접 총리 자리에 올랐고, 탁신 전 총리도 태국 정치권에서 완전히 영향력을 회복하게 됐다.

태국 군부 세력과 프아타이당은 여전히 태국 국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전진당에 대한 탄압도 지속하는 중이다. 피타 전 대표와 전진당을 왕실모독죄 개정 시도 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했고, 지난 7일 전진당은 해산되고 피타 전 대표는 10년간 정치활동이 금지됐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반부패위원회(NACC)가 왕실모독죄 개정 법안에 서명한 전 전진당 의원 44명에 대한 조사를 16일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진당 소속이던 이들은 이달 초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 이후 국민당(PP)을 재창당했으나, NACC 조사 이후 해당 의원들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정치생명이 사실상 끊기게 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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