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8> 어머니의 꽃으로 불리는 원추리꽃을 읊은 미암 유희춘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4. 8.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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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시어(高堂自斷髮·고당자단발)/ 멀리 있는 아들에게 봉하여 보내셨네.

뒷부분은 유희춘이 정수리 털을 뽑아 어머니께 부치는 내용이다.

고향 어머니께서 먼 곳에서 유배를 사는 아들을 걱정하여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셨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아들의 효심을 담은 시로는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의 '떠나는 아들이 읊음'(遊子吟·유자음)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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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절하고 받아 봉한 걸 여니(開緘再拜受·개함재배수)

어머니께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시어(高堂自斷髮·고당자단발)/ 멀리 있는 아들에게 봉하여 보내셨네.(封寄絶域兒·봉기절역아)/ 멀리 떨어진 곳의 소식이 막히니(絶域音信阻·절역음신조)/ 나의 얼굴과 눈썹을 생각하셨으리라.(想我面與眉·상아면여미)/ 나 또한 마주 대한 듯하여(我亦欲如對·아역욕여대)/ 가히 한 토막 기별을 보낼 수 있으리라.(可送一寸奇·가송일촌기)/ 두 번 절하고 받아 봉한 걸 여니(開緘再拜受·개함재배수)/ 눈 크게 뜨고 있어도 눈물 많이 흐르네.(涕淚紛交頣·체루분교신)

위 시는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1513~1577)의 ‘울면서 훤당에서 부쳐 주신 머리카락을 받네’(泣受萱堂奇髮·읍수훤당기발)로 그의 문집 ‘미암집(眉巖集)’ 권2에 있다. 전체 16구의 시 중에 앞부분 8구만 발췌했다. 뒷부분은 유희춘이 정수리 털을 뽑아 어머니께 부치는 내용이다. 희끗희끗한 것을 가려내지만 어머니께서 아들의 노쇠함에 슬퍼하실까 두렵다고 읊었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미암일기’ 저자인 유희춘은 1547년 양재역(良才驛) 벽서사건에 연루돼 제주도에 유배됐다가 함경도 종성에 안치됐다. 종성에서 19년을 보냈다.

고향 어머니께서 먼 곳에서 유배를 사는 아들을 걱정하여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그러셨을 것이다. 아들은 두 번 절하고 받아 봉해진 것을 뜯는데 눈물부터 흘러내렸다. 아들은 잘 있다는 의미로 정수리의 털을 뽑아 어머니께 보낸다. 어머니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아들은 어머님을 그리워한다.

시제의 ‘훤초(萱草)’는 원추리꽃으로 예부터 어머니를 상징한다. ‘시경(詩經)’에 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대한 아들의 효심을 잘 담은 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한두 명이겠지만 세상에는 어머니를 때리고 죽이는 패륜아도 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아들의 효심을 담은 시로는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의 ‘떠나는 아들이 읊음’(遊子吟·유자음)도 유명하다. 떠나는 아들을 위해 옷을 지으시는데 꼼꼼하게 꿰매시는 건 더디 돌아올까 염려하심인데, 한 치의 풀과 같은 마음으로 보답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목압서사 담장 아래 원추리꽃이 진노랗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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