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걱정 안 하고 대금 바로 입금되고…일할 맛 납니다”
청양고추는 교촌치킨, 당진 수산물은 CJ푸드빌
홍성 한우는 피자알볼로, 마늘은 먹거리방송 특집
“좋쥬. 인건비 부담은 줄어들고 납품 대금은 금방 입금되니 걱정할 게 뭐 있겄슈.”
지난 9일 오후 충남 청양군 청남면 지곡리 아름다운 농장에서 만난 이성춘(65) 청양고추연구회 대표는 “일하는 게 즐겁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밖은 뙤약볕이 따갑고 비닐온실 안은 찜통인데도 그가 즐거운 것은 이날이 홍고추를 교촌치킨의 양념업체인 ‘비에이치앤(BHN)바이오㈜’에 납품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닐온실과 노지 등 약 1800평 규모의 밭에서 고추를 재배한다. 그가 고추를 납품하기는 지난달 31일부터 세번째다. 한번에 15㎏들이 고추 상자를 평균 32개씩 보내고 180여만원을 받는다. ㎏당 3800원꼴로 가격도 좋지만, 그가 즐거워하는 진짜 이유는 생산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추를 수확해 세척하고 선별한 뒤 말리고 포장하느라 기름값과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고 했다. “시방은 업체가 지정한 고추씨를 심고 60% 정도 익으면 청양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잔류 농약과 병해충 검사를 받아유. 합격하면 고추를 수확해 꼭지 따서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유.”
청양에서 교촌치킨 비에이치앤바이오에 고추를 납품하는 농민은 이씨를 포함해 열일곱 농가다.
청양군은 지난달 31일 청양고추연구회, 청양농협, 교촌치킨 비에이치앤바이오 간 3자 계약을 주선하고 청양농협 집하장에서 첫 출하식을 열었다. 조건은 계약재배 방식으로 시장가격과 관계없이 ㎏당 3800원씩 올해 총 93톤을 납품하는 것이 뼈대다. 농협에서 책임 선별과 운송을 맡아 신뢰도를 높였다. 납품 대금은 2주 안에 정산된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농민은 생산비를 줄이고 안정적인 산지 가격과 다양한 판로를 확보해야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교촌치킨 계약재배는 우리 농민들에게도 큰 기회이자 도전”이라며 “앞으로 청양고추가 전국의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품질을 관리하고 판로를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식품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맺고 농축산물을 납품하는 시군이 잇따르고 있다.
청양에 이어 당진시는 지난 1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도·씨제이(CJ)푸드빌㈜과 당진수산물 홍보·판매 활성화를 위한 상생 업무협약을 맺었다. 예산군과도 쪽파 공급 계약을 했다. 이 협약에 따라 씨제이푸드빌은 산하의 대표 외식업체인 빕스,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에서 당진산 새우, 예산 쪽파를 활용해 새우스테이크, 파스타, 소금구이, 전골 등 메뉴를 개발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씨제이푸드빌은 2022년 경남 남해군, 지난해 전남 완도군·장성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협약식에서 김찬호 씨제이푸드빌 대표는 “앞으로도 기업과 지자체 간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성환 당진시장은 “씨제이푸드빌과 지속해서 협력해 당진산 수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판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성군은 지난달 25일 피자알볼로와 협업해 전국에서 홍성의 대표 특산물인 한우를 활용한 ‘홍성한우김치불고기피자’ 판매를 시작했다. 홍성군은 “홍성 한우로 만든 떡갈비가 주요 토핑으로 사용되며, 우리 농산물로 만든 볶음김치와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낸다. 피자 도는 진도산 흑미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홍성군농업기술센터는 18일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의 먹거리 프로그램인 알토란에서 ‘수퍼푸드 완전정복’ 특집방송을 통해 지역 특산물인 홍성 마늘의 효능을 알릴 계획이다. 홍성 마늘은 항암, 당뇨, 간 등에 좋은 클로로필 함량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용록 홍성군수는 “이번 협업은 홍성 한우, 마늘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홍성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개발도 눈길을 끈다.
서천군은 군화인 동백꽃에 복숭아, 오렌지 등 과일을 갈아 만든 동백피치(주스)를 개발해 지역 특화 음료의 시장성을 엿보고 있다. 공주시는 특산물인 알밤 속껍질을 사료에 섞어 키운 공주알밤한우를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에 등록했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밤 속껍질 사료는 고기의 감칠맛을 높인다고 한다. 공주알밤한우가 명성을 얻어 축산 농가의 소득이 늘어나도록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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