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통 안전` 간과한 안전운임제
최근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다시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최저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3년간(2020~2022년) 시행되었던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에 개입한 결과 운임이 지나치게 경직되었고, 화물운송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며 2022년 말 결국 일몰되었다. 안전운임제 상시도입 논쟁이 촉발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는 이러한 혼란이 극에 달한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운임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안전운임제는 시장경제체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제도다. 특히 개인사업자인 화물차주와 일반법인인 운수사업자의 이윤을 법으로 보장해 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윤을 법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차주든 운수사든 더 이상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 효율화를 도모할 이유가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화물운송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더군다나 운수업계에만 특혜성 지원이 이뤄진다는 논란 때문에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안전운임제는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적절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시장에 개입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실질적으로 이 제도는 교통안전에 관한 논의를 간과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제도는 운임에 관한 논쟁에 매몰되어 있다. 따라서 과거 3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며 교통안전 증진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사업용 특수견인차 사고발생 건수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에 비해 시행 2년 차인 2021년에 오히려 8% 증가했으며, 사망자 수도 43% 증가했다. 과적 및 과속 단속 건수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감소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명분으로 활용되었을 뿐, 관련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안전운임제 재도입 법안도 단순히 일몰 조항을 폐지하여 제도를 상시화하는 내용이 담겼을 뿐, 교통안전성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는 고려되지 않았다.
셋째, 안전운임제는 과도한 운임 상승을 통해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물류비 중 도로운송비 비중은 77.8%로 나타나 운임 인상 여파가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우리 수출기업의 96.7%는 중소기업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고, 치열한 국제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미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에 걱정이 커진 중소기업 입장에서 안전운임제로 인한 물류비 상승은 또 다른 걱정거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홍해사태 장기화 등으로 해상운임이 1년 만에 3배나 상승하고, 다시금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 기업들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안전운임제를 다시 도입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는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자국 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안전운임제 재도입이 아닌 화물차주의 근로여건 개선과 안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은 교통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운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 운행시간 제한과 차주에 대한 휴게시간 보장 등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운임 인상을 통해 교통안전을 도모한다는 모호한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직관적이고 실효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더불어 지입제의 폐단 등 화물운송시장 전반에 고착화된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불합리한 시장 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교통안전과 화물차주의 소득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부디 진영 논리가 아닌 화물운송 시장의 발전적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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