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해리스의 대관식… ‘이민자의 딸’ 미국 새역사 쓴다
홍주형 2024. 8. 18. 19:14
美 대선 민주 전당대회 개막
“우린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
첫 여성 유색인종 후보 한달간 돌풍
트럼프에 맞선 슬로건 ‘젊음’ 부각
남부 경합주 선벨트도 박빙 전환
‘진보 아성’ 시카고 나흘간 들썩
바이든·오바마·클린턴 총출동
‘유리천장 깨자’ 힐러리도 출격
흑인·여성 등 시민단체 부대행사
“중도 끌어안을 통합 메시지를”
진보 재결집… “분열 극대화” 지적
중동·인플레 정책 등 차별화 숙제
19, 22일 美 전역 반전시위 예고
“우린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
첫 여성 유색인종 후보 한달간 돌풍
트럼프에 맞선 슬로건 ‘젊음’ 부각
남부 경합주 선벨트도 박빙 전환
‘진보 아성’ 시카고 나흘간 들썩
바이든·오바마·클린턴 총출동
‘유리천장 깨자’ 힐러리도 출격
흑인·여성 등 시민단체 부대행사
“중도 끌어안을 통합 메시지를”
진보 재결집… “분열 극대화” 지적
중동·인플레 정책 등 차별화 숙제
19, 22일 美 전역 반전시위 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정식인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온라인 호명 투표를 통해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를 거쳐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유색인종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We are not going back)를 슬로건으로 내건 해리스 부통령은 1864년 첫 전당대회 이후 2024년까지 총 12번의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른 시카고에서 미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밤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리스크 등으로 당내 압박에 못 이겨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갑작스럽게 대선 후보가 됐고, ‘해리스 돌풍’을 일으키며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역동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올드보이의 리턴매치’로 미국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대선 구도가 해리스 부통령 등판 이후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서민적 이미지를 가진 전 풋볼 코치이자 퇴역 군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부통령 지명은 해리스 부통령에게로 모이는 관심을 유지·확산하는 기폭제가 됐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을 ‘컨벤션 효과’라며 평가절하했지만 4주째 해리스 돌풍은 현재진행형이다. 17일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부 경합주를 의미하는 ‘선벨트’ 애리조나(8∼15일 조사, 등록유권자 677명)·조지아(9∼14일, 등록유권자 661명)·노스캐롤라이나(9∼14일, 등록유권자 655명)·네바다(12∼15일, 등록유권자 677명) 중 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각각 50%, 49%로 트럼프 전 대통령(45%, 47%)에 앞섰다. NYT는 노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에서도 유일하게 승리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둔 유색인종 여성 후보, 재생산권(낙태권)의 강력한 옹호자인 검사 출신 정치인, 현직 바이든 대통령과 경쟁자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와 대비되는 5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젊은 미국인, 진보 성향 미국인들의 관심을 민주당으로 재결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세장에서 팝가수 비욘세의 음악 ‘프리덤’을 배경으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외치는 해리스 부통령의 모습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이 사회·문화적으로 나뉜 미국의 분열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점을 갖는 것이지만, 지지층 확장을 위해서는 그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중도층을 끌어안는 통합의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그를 지지하는 젊은 층이 해리스 부통령의 가자전쟁 등 중동 정책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국 전역의 200개 이상의 단체가 참가해 전당대회 첫날인 19일과 마지막 날인 22일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현지 언론들이 실시간으로 시위가 열리는 지역을 중계할 계획을 알릴 정도다. 시위 참여자들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연결돼 있어 민주당과 당국이 무조건 시위를 진압하기도 어렵다.
해리스 부통령이 꾸준히 선전하기 위해서는 경제 관련, 특히 인플레이션 관련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주동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부과할 것”이라며 규정을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정부 법무장관에 부여하겠다고 했다. 기업 때리기, 규제 강화 성격이 명확한 인플레이션 공약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준비 한창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실내 경기장 유나이티드 센터 앞에 행사 준비를 위한 트럭 등이 17일 주차돼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를 통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유색인종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시카고=UPI연합뉴스 |
전당대회에는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해 그를 지지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첫날인 19일에는 불과 한 달 전까지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바통 터치를 하는 모습을 연출할 전망이다. 20일에는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 캠프를 막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지 연설을 하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같은 날 등장한다. 2016년 미국의 첫 여성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당대회 첫날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하지 못했지만,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번에야말로 미국의 유리천장을 깨자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와 현지 언론?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 기간 중 민주당 당내 조직과 시민단체 등 외곽 조직이 주관하는 기후?환경, 여성, 흑인, 히스패닉, 기타 소수자 등을 주제로 한 부대행사들이 다수 개최된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선 후보가 바뀐 뒤 활동이 증가한 흑인 여성 단체들이 전당대회 기간 중 활발한 부대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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