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 전대, 압도적 "이재명"… 李 "새 산업경제 시대 열 것"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8·18 전당대회는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압도적이었다.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지지자들은 오후 1시 개회 선언이 있기 전부터 자리에서 각종 피켓을 들고 굿즈를 착용한 채 이재명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후보가 입장할 때부터 연설을 위해 무대 위로 나올 때도 지지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 후보는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한 뒤 정견발표에 나섰다.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는 당 추산 1만5000명이 모였다. 대회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1만명까지 합하면 총 2만5000여명이 전당대회 현장을 찾은 셈이다.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부터 89.9%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한 이 후보는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결국 다 먹고사는 문제다. 멈춰 서고 있는 성장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먹사니즘'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가 가장 시급하다"며 박정희의 산업화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기초가 된 것처럼 김대중의 정보화 고속도로가 IT 강국의 기본이 된 것처럼 에너지 고속도로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산업 경제 시대를 확실하게 열어젖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차기 대권주자로서 공약의 방향성을 일부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 후보를 향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는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내내 대회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보는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상 축사에서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며 일극 체제를 우려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일부 당원들은 "빨리 끝내라" 등의 항의성 야유를 보냈다.
다만 당원들은 영상 종료 후에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 후보와 경쟁했던 김두관 당대표 후보의 정견발표 시간에도 박수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명팔이 발언'으로 당내 논란의 중심에 선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등장했을 때는 "탈당하라"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컸다. 일부 당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지만 정 후보가 정견발표를 시작하고 나서도 때때로 야유와 고성이 흘러나왔다.
투표 종료와 개표 개시 선언이 이뤄진 뒤 30분 동안 이어진 축하공연에서는 가수 안치환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아침 이슬' 등을 불렀고 당원들의 떼창과 앵콜 요청이 쏟아졌다.
대회장 바깥은 축제의 장이었다. 민주당은 KSPO돔 앞의 한얼광장에서 체험형 팝업스토어 '블루 페스티벌'을 열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구조물을 지나면 각종 팝업스토어를 만날 수 있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의 포토카드·티셔츠·에코백·수첩·볼펜·키링 등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더불어존', 당원들이 기증한 역사 물품과 당의 변천사를 전시하는 '민주역사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평등 정책과 법·제도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성평등관', 청년 정책 제안과 청년 시절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민주청년페스타' 등이다.
이 중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부스는 더불어존이었다. 이날 팝업스토어는 오전 10시부터 개방했는데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가 되자 굿즈를 구매하려는 당원들의 줄이 올림픽 공원 입구까지 이어졌다. 당원들은 무더위 속 손선풍기를 들고 양산을 쓰면서 설레는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마치 아이돌 팬덤 문화를 연상하게 했다. 부스 관계자는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많은 당원분들이 줄을 서 계셨다"며 "다른 굿즈들도 물론 인기가 많지만 가장 먼저 들어와서 찾으시는 제품은 'DJ 티셔츠'"라고 귀띔했다. DJ 티셔츠는 김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 얼굴이 새겨진 검은색의 특별 한정판 티셔츠로 'DJ DJ PUMP THIS PARTY'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는 '김대중 선생님, 이 정당을 이끌어 주세요'라는 뜻으로 통하며 300장 한정으로 1인 1장씩만 구매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민주청년페스타 부스도 호기심을 갖고 방문하는 당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년 시절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AR포토카드로 남기거나 홀로 사진을 찍어 민주당 명예청년증으로 출력할 수 있다. 부스 관계자는 "젊은 분들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방문하고 있다. 어르신들 중에는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셔 직원들이 안내를 도와드리고 있다"며 "전임 대통령의 청년 시절 모습과 함께 사진을 찍어 포토카드로 받을 수 있고 큐알 코드를 이용하면 동영상도 남길 수 있어 좋아들 하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축제 분위기를 체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원들이 보셨을 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야말로 유능한 민생 정당, 당원이 중심이 되는 대중 정당으로 가는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는 생각이 든다"며 "축제 그 자체"라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전국당원대회로 명칭이 바뀌면서 훨씬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며 "당원들이 이렇게 의사를 결집해야 당이 역할을 할 수가 있다"고 전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흥겨운 노래 속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모여 피켓과 숫자 풍선을 들고 연신 후보자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봉주는 사퇴하라', '분열자 정봉주 민주당 탈당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당원들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서울을 찾았다. 서울 동작구에서 왔다는 A씨(50대·여성)는 '이재명'이라는 글씨가 적힌 모자를 쓰고 팝업스토어를 살폈다. A씨는 "충청북도 청주에 사는 친구와 함께 참석했다"며 "뉴스를 보면 (정치 상황에) 매일 짜증이 나는 게 사실인데 오늘은 우리들의 날인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A씨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에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 지지자라면 편을 가르기보다는 뭉쳐야 한다"며 "눈사람처럼 계속 몸집을 불려서 세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지도부에 바라는 점으로는 "너무 잘 하고 있다"면서도 "착한 이미지를 벗어나 조금 더 독하게, 맞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B씨(50대·남성)는 "30년 넘게 당원으로 활동해 왔고 전당대회가 열릴 때마다 참석했었다"며 "이전에는 전국대의원대회였는데 이번에 전국당원대회로 바뀌면서 좀 더 당원에게 열린 대회의 이미지가 확산돼서 기쁘다. 특히 예전에는 건물 안에서만 대의원들만 모여 행사가 치러졌는데 밖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라고 밝힌 B씨는 그 이유를 "서민적인 삶을 직접 살아온 모습에서 공감대가 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현실을 더 잘 헤아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차기 지도부가 꾸려지면 민생 하나하나를 챙길 수 있도록 정책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정당으로 좀 더 굳건하게 자리를 매김했으면 한다"며 "또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 것처럼 당도 당원이 주인인, 아래에서부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도부가 끌어줘서 당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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