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韓 추월한 `제조업 대국` 중국

강현철 2024. 8. 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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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한중의 제 3국 수출시장 점유율 추이. / KDB미래전략연구소 자료.

중국의 제조업이 대한민국을 추월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조선, 우주산업 등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거야(巨野)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 등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낡은 규제 만들기와, 죽고 살기식 정쟁(政爭)에 혈안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대로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까"가 걱정인데도 말이다.

오래전부터 '제조 굴기'를 추진해온 중국은 자본집약형·고위기술 산업 중심으로 급성장, 현재 전 세계 제조업 수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세계 최대의 제조 대국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점유율은 49.7%로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의 점유율은 49.0%에 그쳐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한국의 OLED 점유율은 62.3%로 중국의 36.6%를 크게 앞섰지만 불과 1년 만에 중국에 따라잡힌 것이다. OLED보다 저급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은 이미 지난 2021년 추월당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LCD 사업을 접었으며 LG디스플레이도 2022년 국내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 중국 공장 매각을 추진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TV 패널 공장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중국 CSOT가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LCD TV 패널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사라지고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한국 추월은 전통·첨단 산업 구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선업의 종합 경쟁력은 90.6으로 한국(88.9)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친환경선 점유율은 2020년 23.5%에서 지난해 49.2%로 급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친환경선 점유율은 68%에서 40.6%로 추락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역전당했다. 올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CATL 29.8%, BYD 11.1% 등 약 48%에 달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5%에 그쳤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44%를 차지했다.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우위다. 파운드리 점유율은 한·중이 유사하나 생산능력은 중국이 우위이며, 팹리스 및 후공정 경쟁력도 중국이 앞서 있다. 중국의 팹리스 매출액은 2013~2023년 연평균 21% 늘었으며, 수출 증가율도 한국을 뛰어넘었다. 팹리스 기업 수는 5배 이상 증가해 현재 32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공격적 증설로 파운드리 생산능력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자급률 확대를 위해 범용 반도체 중심의 시설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도 중국이 싹쓸이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휴대폰 시장 출하량은 40%로 1위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증설 가속화 및 자급률 상승으로 글로벌 시장서 경합 제품이 늘며 한국 업체들이 고사 직전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12개 주요 산업 분야 중 10개 분야에서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으며, 이미 ICT·SW, 우주·항공·해양, 에너지·자원 등 3개 분야는 역전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ICT·SW는 기술격차의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분야로 2018년 역전당한 이후로 격차가 지속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과 제3국 수출 점유율 모두 중국에 밀리고 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되는 반면, 대중국 수입은 꾸준히 늘어 2023년 대중국 무역수지는 180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품목 수는 2023년 142개로 2010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한·중을 제외한 제3국 수출시장에서의 중국의 점유율은 2010년 11.8%에서 2022년 21.9%로 10.1%포인트 오른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2010년 2.7%에서 2022년 3.4%로 0.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중국 제조업이 비약적 발전을 이룩한 것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책과 막대한 내수 시장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전반의 질적 성장과 10대 신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발표, 혁신능력 제고 , 품질 제고, 제조업과 정보화의 결합, 녹색성장 등 4대 과제를 제시하고 집중 발전시킬 10대 핵심 산업을 선정해 육성해왔다. 산업혁신 정책 도입 이후 연구개발(R&D) 투자와 산업 내 디지털 분야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22년 중국의 R&D 지출 규모는 3조1000억 위안으로 2016년 대비 2.0배,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R&D 지출 규모는 2022년 6508억 위안으로 2.2배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해말 중진국을 벗어나 고소득 선진국의 반열에 들기 위해 새로운 산업정책 기조인 '신질(新質)생산력'도 발표했다.

이처럼 위중한 시기,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민관정이 손을 합쳐 초격차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총력전을 펴야 하는 데 정쟁에만 여념이 없다. 거대 야당은 기업 발목만 잡지 말고 민생을 위해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기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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