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도 살짝 잡혔는데"…교체 거부한 에이스의 고집, 이승엽 감독 살얼음판 걸었다

김민경 기자 2024. 8. 18.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연합뉴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7회 끝나고 손에 약간 물집도 살짝 생기는 시점이었고, 100개 가까워진 시점에 힘이 떨어진 건 사실이었거든요. 분명히 바꿔줄 타이밍이었다고는 생각합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1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살얼음판을 걸었다. 3-1로 앞선 8회 선발투수 곽빈이 강판을 거부하고 공을 더 던지겠다고 했기 때문. 7회까지 투구 수는 92개로 교체해도 무방했으나 이 감독은 일단 곽빈을 믿고 지켜봤다.

곽빈은 1사 후 대타 문상철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투구 수는 100개를 딱 채웠고, 교체가 정석인 상황이었다. 박정배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는데, 곽빈이 돌연 "아닙니다. 더 던지겠습니다"라고 버텼다. 곽빈이 벤치의 투수 교체 결정을 거부한 건 올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 코치와 이 감독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곽빈은 멜 로하스 주니어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볼카운트를 1-2로 유리하고 끌고간 뒤 결정구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2사 1루에서 김민혁과 승부는 매우 어렵게 흘러갔다. 폭투로 1루주자 문상철이 2루로 가자 kt는 대주자 박민석을 투입하면서 득점 의지를 보였다. 곽빈은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김민혁의 타구가 2루수와 중견수 사이로 뚝 떨어지는 적시타가 되면서 3-2로 좁혀졌다.

1점차가 되고 투구 수는 110개까지 불어난 상황. 이번에는 벤치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었다. 박 코치가 마운드에 한번 더 올라왔고, 곽빈은 공을 좌완 이병헌에게 넘겼다. 이병헌은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깔끔하게 위기를 넘겼다.

두산은 9회 마무리투수 김택연을 올려 승리를 지켰다. 1사 만루 위기까지 갔으나 김택연이 신본기와 박민석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3-2 승리와 함께 연승을 달렸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곽빈은 경기 뒤 "나는 사실 9이닝까지 던지고 싶었다. 투구 수가 안 따라주니까 그게 아쉬웠던 것 같다. 8회에 내가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억울했다. 사실 좀 좋은 공을 던졌다 생각했는데, 상대 팀 타자가 더 좋게 쳐서 아쉬웠다. 너무 아쉬워서 내가 감정을 조금 표출했던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코치님이 (마운드에 처음 방문해서)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진짜 아니라고 내가 더 던지겠다고 했다. 감독님도 이제 바꾸자고 했는데 내가 '안 된다. 믿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며칠 전에 만났을 때 잘 던지겠다고 하더라. 믿어달라고. (곽)빈이는 한두 번 못 던지다고 해서 믿음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본인이 그렇게 믿음을 달라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사실 바꾸려고 했는데 본인이 던지고 싶다고 할 때는 에이스로 예우를 우리가 해줘야 한다. 만약 거기서 뒤집힌다면 당연히 100% 내가 책임을 지겠지만, 다행히 (이겼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살얼음판을 갖다 놓은 것처럼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고, 비록 실점을 하긴 했지만 그 뒤에 나온 (이)병헌이 하고 (김)택연이가 잘 막아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만약에 패했다면 타격이 굉장히, 동점까지 갔다면 진짜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이겨서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킬 수도 있었고, 승리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90개 넘어가고 100개가 가까워진 시점에 힘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분명히 바꿔줄 타이밍이었다고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빈의 의지는 높이 샀다. 이 감독은 "나는 좋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실패를 두 번 하고 난 뒤에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고 어제(17일)는 진짜 마음먹고 나왔더라. 7회 끝나고 물집도 살짝 생기는 시점이고 바꾸려고 했는데, 본인이 던지겠다고 했다. 마음이 일단 던지겠다고 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꺾을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산은 이날 정수빈(중견수)-조수행(우익수)-제러드 영(좌익수)-양석환(1루수)-김재환(지명타자)-강승호(2루수)-김기연(포수)-김재호(유격수)-이유찬(3루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최승용이다.

안방마님 양의지는 좌측 서혜부 부상으로 벤치에서 대기한다. 이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내일 또 휴식일이 있으니까. 오늘은 대타 정도로 뒤에 대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