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구글’이 온다 [뉴노멀-실리콘밸리]

한겨레 2024. 8.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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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 연합뉴스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1998년 5월. 미국 법무부가 20개 주 정부와 함께 제기한 소송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발칵 뒤집혔다.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에 자사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제공한 것이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쟁을 저해한 행위의 대가는 컸다. 1심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법 행위가 분명하다며 회사를 두 개로 쪼개라고 명령했다. 데스크톱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90%를 장악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회사들의 경쟁 노력을 막았다는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2001년 항소심을 거치면서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 분할 계획을 포기했고, 2002년 연방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에 5년간 제한을 가하는 양측의 합의안을 최종 승인하며 소송은 일단락됐다. 회사 분할은 피했지만, 타격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혁신 및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벌금 및 합의금을 납부해야 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소송이 시작된 해 설립된 벤처기업 구글이 부상하는 배경이 됐다. 구글은 혁신적 검색 엔진을 앞세워 전세계 검색 및 웹브라우저 시장의 지배자로 등극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구글의 전세계 검색 엔진 점유율은 91.02%에 달한다. 구글이 2008년 출시한 웹브라우저 크롬은 4년 만인 2012년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웹브라우저가 됐다.

재밌는 건 이제 빅테크가 된 구글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겪었던 상황을 데자뷔처럼 맞이하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디시(D.C.) 연방법원 재판부는 구글에 대해 ‘독점 기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모바일 검색 시장을 구글이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에도 ‘기업 분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송뿐만이 아니다. 반독점 규제 못지않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새로운 경쟁사들이 구글을 압박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AI) 챗지피티(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놀라운 성능의 대화형 인공지능이 최근 몇년 동안 우후죽순 등장, 정보를 얻는 새로운 방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대화형 인공지능은 특히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고 여러 웹페이지 링크를 얻는 ‘검색 색인 방식’을 벗어나 하나의 완결된 답변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우리는 검색 엔진이 아니라 답변 엔진”이라고 말하는 퍼플렉시티가 이 분야 대표주자다. 오픈에이아이 역시 지난 7월25일(현지시각) 생성 인공지능 기반 자체 검색 엔진인 서치지피티를 발표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을 놓고 보면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2023년 8월(89.03%)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 역시 1년 전(92.07%)과 견주어 내려갔다. 생성 인공지능의 거센 물결이 검색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구글은 올해 5월 구글 아이오(I/O) 2024에서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검색 기능 ‘에이아이 오버뷰’(AI Overview)를 선보이기도 했다. 에이아이 오버뷰는 구글 검색 결과 화면 상단에 자체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가 요약한 답변을 우선적으로 노출해 주는 기능이다. 다만 구글이 검색 광고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에이아이 오버뷰를 대대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이후 검색 시장을 지배해 왔던 구글 검색의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가히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 부를 만하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오픈에이아이, 퍼플렉시티 같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해 26년 전 구글처럼 새로운 혁신의 역사를 쓰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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