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상 '휘청'…이, 레바논 공습에 10명 사망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4. 8.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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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협상 재개 앞두고 공격
가자지구에서도 25명 숨져
바이든 "이번주 휴전 낙관적"
하마스 "환상에 불과" 일축
英·佛 "전면전 위험고조" 경고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자전쟁 휴전 협상 재개를 불과 이틀 앞둔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와 가자지구를 공습해 30명 넘게 사망하면서 협상이 또다시 '희망 고문'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에 있는 건물을 공격해 10여 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국영 뉴스 통신사 NNA가 전했다. 이번 공습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기 창고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했다. 또 레바논 남부 해안 도시 티레에서 헤즈볼라 지휘관 1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 집단농장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습도 이어 나갔다. 18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2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칸유니스와 데이르 알발라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앞길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공동으로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외교적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중동에서 전면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주민들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이 4만명을 넘어섰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15일 발표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은 이스라엘군이 전쟁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가자지구에서 매일 평균 13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휴전 협상이 진전될지, 아니면 또다시 무산될지는 이번주에 달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피살된 이후 이란의 보복 가능성과 연계되는 이번 협상은 중동 지역 전체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협상 상황을 바라보는 당사국의 시선은 엇갈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이스라엘은 협상 상황을 긍정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말까지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액시오스가 17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휴전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도 "(협상) 팀은 최근 미국의 제안을 기반으로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총리에게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협상의 상대방인 하마스는 미국의 휴전 협상 진전 기대감을 "환상"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향후 협상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마스 정치국 소속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BBC에 "중재국에서 받은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고 진전이 없었다"며 "중재국이 환상을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협상팀을 이끈 하니야가 암살당하면서 하마스는 16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휴전 협상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BBC는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고 언급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군 통제권 문제와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 규모, 이스라엘 인질과 교환될 팔레스타인 수감자 규모 등에 대한 논의가 이번 회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1일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이스라엘로 향했다.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과 만나 이스라엘 내각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시간을 주기 위해 이스라엘 보복 계획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카이로에서 열릴 협상의 결과가 중동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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