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는 외교안보 실세의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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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억지 사과를 받아내는 게 진정한 것이냐"며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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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억지 사과를 받아내는 게 진정한 것이냐”며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사과는커녕 과거사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현 정권 외교안보 실세로 꼽히는 인사가 이런 말을 하다니, 윤석열 정부는 ‘일본 마음’만 중요하고, ‘국민 마음’은 안중에 없는 것인가.
김 차장의 발언은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한국방송(KBS) 대담 프로에서 나왔다. 그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고개 돌리면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면서도 ‘사과할 마음 없으면’ 그냥 내버려두자는 건가.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의무’를 부정한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부작위’ 위헌 결정(2006헌마788)을 내린 바 있다. 일제강점기 때 다하지 못한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 의무를 대한민국 정부가 이제라도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훼손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지금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부담하는 가장 근본적인 의무에 속한다”고 했다.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에 불과하다. 이를 “억지 사과”,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말로 정부가 제대로 못 한 것을 변명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후벼파다니, 김 차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공직자인가.
가뜩이나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이 둘로 쪼개져 국민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윤 정부의 반헌법적 역사 왜곡 시도에 참담한 심정이다. 김 차장의 망언은 국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인사에게 대한민국 외교안보를 맡기고 있다. 국민들의 걱정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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