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인연금 月 25만원 줄어들면 간부 40% 軍 떠난다
복무 연수 만19.5년 미만자 분석
25만원 미만 때도 20% “조기전역”
“간부 지원 때 연금 중요 역할” 68%
개혁 추진 땐 안보 공백 가능성도
정부와 대통령실이 조만간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예고하며 직역연금 개혁도 논의에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군인연금이 줄어들면 군 간부들이 대거 이탈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군 당국은 초급간부 지원율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군인연금마저 줄면 군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거라고 우려한다. 실제 2021년 군 간부 희망 전역 수는 2808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4294명으로 늘었고 장교 임관 경쟁률은 2.75대1에서 2.1대1로 줄었다.
이는 군인의 기대생애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군인은 공무원 등과 정년제도가 달라 재직 기간 전체소득은 공무원보다 현저히 낮으며 기대생애소득(재직소득+퇴직후소득+연금소득)도 공무원보다 약 4.5%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용원 의원은 “군 간부 인력 획득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금 혜택마저 줄어들게 된다면 최악의 안보 공백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 간부들은 장기복무를 지원해도 진급을 하지 못하면 정년이 짧기 때문에 노후 보장 측면에서 ‘군인연금’이 중요한 요소라고 느끼고 있었다. 세계일보가 취재한 초급간부 중에서도 군인연금이 줄어들면 조기 전역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이들이 많았다. 임관 10년 차인 김모 대위는 “군인연금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중령진급을 못 하면 연금을 받는 액수가 다른 연금들보다 훨씬 적다”며 “군인으로서의 미래가 어두워 전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노후 보장이 어려워진다면 군에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진다”고 답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군인연금 등 3대 직역연금도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보조금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63년에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7년에 기금이 고갈됐고, 1973년부터 5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군인연금에 대한 국가보전금 규모가 2024년 2조2329억원에서 2060년 10조84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때문에 군인연금도 더 내거나,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 연금과 달리 군인연금은 군 간부 획득과 직결되므로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1대 국회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군인연금을 큰 폭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당시 “군인연금 적립기금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국민연금과의) 단순한 통합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며 “현재 군인연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14%에서 18%, 연금 지급률(받는 돈)을 1.9%에서 1.7%로 낮춘 2015년 공무원 연금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군인연금은 개혁 대상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받게 되는 액수의 차이가 크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월평균 급여액이 55만원이지만, 군인연금은 277만원으로 격차가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 연금과 달리 군인연금의 경우 정년이 짧고 위험과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군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잦은 격오지 근무와 짧은 정년, 생명담보 임무 수행, 열악한 주거 안정성 등 재직 기간에 치르는 희생에 대한 보상이 군인연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구현모·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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