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마’ 파문 확산…대통령실 “일본 사과 피로감 많아” 두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 한미일 협력 성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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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한 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은 “친일 매국 정권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이 18일 이 발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김태효 차장은 지난해 3월에도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는 발언으로 집중 포화를 맞은 바 있다

김 차장은 지난 16일 방송된 한국방송(KBS) ‘뉴스라인 더블유(W)’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아 일본 언론들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진행자 지적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한일 관계 협력에 도움이 되는가 생각해볼 때 지금 기시다 총리와 우리 윤 대통령의 믿음과 신뢰는 상당하다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기자들을 만나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공식적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있었고, 그러한 사과가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며 “새 시대를 열어가는 한·일, 한·미·일 관계가 대한민국 기업과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는 여러 혜택과 기회요인들을 함께 평가해야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차장이 언론인터뷰에서 했던 ‘20차례 넘는 사과’ 발언의 연장이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선 김 차장의 발언을 두고 ‘일본 입장에서 현실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김 차장이 친일 매국 정권임을 선언했다. 대통령의 친일 행각을 정당화하려 스스로 이완용의 후예를 자처하겠다니 참으로 한심하다”며 “윤 대통령과 김 차장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더니, 대통령실은 이제 일본의 피로도까지 걱정해주는 충성스러운 신하 같다”며 “국민들은 기꺼이 피로감을 감수할 수 있다. 피곤한 건 김태효 차장 같은 친일 인사들”이라고 논평했다.

전문가들도 김 차장의 역사 인식을 비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는 “한·일, 한·미·일 협력이라는 결과물을 만들면 되는 거지, 사과와 같은 과정이 뭐가 중요하냐는 인식에서 비롯한 발언”이라며 “그러나 과정을 포기하며 얻어낸 결과물도 결국 우리가 퍼주기만 했을 뿐 얻어낸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일본이 한번도 반성이라는 말을 안 쓰고 있다. 일본의 마음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