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명에 맞춘 안전, 1만명 넘자 ‘집단 탈진’‥비극 될 뻔한 야간마라톤

김기성 기자 2024. 8.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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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길에 1만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조명 없이 밀려 뛰었다." "7㎞ 지점부터는 사람들이 기절했다. 어떤 분은 바닥에 고꾸라져 얼굴 다리 전부 피투성이가 됐다. 물 구해서 (쓰러진 사람) 온몸에 뿌리고 구급차 부르고 물 구하러 다니고, 15㎞는 뛴 듯하다."

"구급차 전용 길도 없었다. 너무 어두워 일부는 휴대폰으로 조명을 켜고 길을 찾아 나왔다. 함께 뛰는 주자들이 환자 붙들고 나오는데, 행사장 사회자는 '쓰러진 사람들 있으면 옆에서 도와주라'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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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썸머나이트런’…6천명 안전심의, 실제 1만명 참가
“안전요원, 식수 태부족, 조명도 없었다”
지난 17일 밤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야간 마라톤 대회에서 집단 탈진 사고가 일어나 쓰러진 참가자들이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 전국마라톤협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비좁은 길에 1만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조명 없이 밀려 뛰었다.” “7㎞ 지점부터는 사람들이 기절했다. 어떤 분은 바닥에 고꾸라져 얼굴 다리 전부 피투성이가 됐다. 물 구해서 (쓰러진 사람) 온몸에 뿌리고 구급차 부르고 물 구하러 다니고, 15㎞는 뛴 듯하다.”

“구급차 전용 길도 없었다. 너무 어두워 일부는 휴대폰으로 조명을 켜고 길을 찾아 나왔다. 함께 뛰는 주자들이 환자 붙들고 나오는데, 행사장 사회자는 ‘쓰러진 사람들 있으면 옆에서 도와주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난 17일 저녁 7시부터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야간 달리기 대회 ‘2024 썸머나이트런’에서 벌어진 ‘집단 탈진 사고’를 목격한 참가자들의 글이다.

매일경제티브이(TV)가 주최하고 전국마라톤협회가 주관한 이 대회의 탈진 사고는 이날 저녁 7시30분을 전후해 일어났다. 인파에 밀려 뛰거나 걷던 참가자들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119에는 3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소방당국은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응급 출동했다. 당시 현지 기온은 30.1도, 습도는 69%, 체감온도는 31.3도였지만, 대회가 강행됐기 때문이다. 28명이 쓰러졌고, 이 가운데 19명은 의식 저하 등으로 인한 중상자로 분류돼 병원으로 긴급 호송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참가비 3만5천원 또는 4만5천원(기념품 지급)을 내고 미사경정공원 10㎞를 달리는 이 대회에는 애초 6천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지난 7일 하남시와 협의됐다. 시는 이를 기준으로 마련한 안전계획을 보고 대회를 허가했다. 1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축제나 행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참가자는 1만명에 달했고, 하남시는 시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면 심사’로 대신했다. 이에 이 대회는 6천명 참가 기준에 맞춰 애초 193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 간부는 “우리가 봐도 참가자가 신고보다 배에 가까웠다. 생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규모에 맞는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유튜버 ‘스톤러닝’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회(규모)를 무리하게 늘려 아수라장이었다. 광화문을 통제하고 개최하는 규모의 인원을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수용한다는 게 잘못의 시작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태원 참사가 미사리에서 일어나는 줄 알았다”고 적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만든 ‘스포츠 행사 운영자를 위한 미세먼지·폭염 대응 매뉴얼’을 보면,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하는 경우 대회 취소를 결정하거나 폭염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 기상청 자료에는, 하남시의 1일 최고 온도가 35도 이상 기록은 지난 12일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이때 재난취약등급 ‘1등급 운동’의 경우, 경기 취소를 적극 권장한다. 이날 하남에서 진행된 마라톤은 달리기 시간이 1시간이 넘어갈 경우 1등급 운동에 해당한다. 썸머나이트런처럼 10㎞ 마라톤의 경우 평균 달리기 기록은 45~70분이라고 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안전조처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경우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실제 운동 지점에서의 온도 습도 바람 등을 고려해 운동 강도를 고려해야 한다. 또 운동 중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감지된다면 운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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