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은 정치 아이돌”…‘워터밤’ 못지않은 민주 전당대회 열기
전당대회 ‘어대명’ 기류 속…김두관‧정봉주 비판론 득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파이팅, 이제 정권 탈환만 남았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돔)은 흡사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체감온도 33도가 넘는 폭염에도 오전부터 수 만 명의 당원들이 몰리며 '파란 물결'이 일렁였다.
압도적인 이재명 인기…"정치력, 얼굴 다 좋아"
이날 민주당은 야외부스에서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잔치' 분위기를 띄웠다. 이곳에서 각 후보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포토카드와 키링, 머그컵, 티셔츠 등 다양한 기획상품(굿즈)을 판매했다. 특히 전국 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누적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후보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다른 후보들의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에 비해 '이재명 부스' 앞에는 수 백 미터에 이르는 줄이 생겨났다.
이 후보의 얼굴이 인쇄되는 '포토부스'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30대 여성 당원은 "이재명 후보는 정치도 잘하지만 얼굴도 멋있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 뒤에 자리한 50대 남성 당원은 "아이돌처럼 정치 쪽에서도 굿즈를 팔다니 민주당 기획력이 대단하다. 이러니 총선에서 이기지"라며 당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모두 그의 당선은 의심치 않았다. 다만 '이재명의 90% 투표율 달성 여부'와 '최고위원 당선자'를 이번 전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로 짚었다. 이 후보 부스 앞에서 만난 60대 당원은 "결국 (이 후보가) 90% 득표율을 찍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며 "최고위원 경선이 치열하니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재밌게 전당대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 '이재명 신드롬'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한 40대 남성 당원은 "보수는 탄핵 후 정권을 잡고도 검찰을 앞세워 국민과 정치인들을 억누르고 있다. 또 탄핵의 시간이 다가오는 이유"라며 "그 선봉에서 이재명 대표가 역할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두관·정봉주 부스 한산…"왜 당에 훼방을 놓나"
다만 비명(非이재명)계 김두관 당대표 후보와 '명팔이'(이재명 팔이)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를 향해선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일부 이 후보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훼방꾼' '미꾸라지'란 멸칭을 서슴지 않았다.
이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은 50대 여성 당원은 "김두관 후보가 토론회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너무 이재명 대표한테 각을 세운 것 아닌가 싶다. 그정도로 공격할 필요는 있었나"라며 "당에 훼방만 놓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원은 "정봉주 후보는 사실 이재명 대표와 친분도 별로 없지 않나. 지도부에 들어갔다가 미꾸라지처럼 물 흐릴까봐 걱정"이라며 "그 외에 최고위원 후보들은 모두 능력치가 출중한 만큼 누가 되든 이재명 지도부를 잘 이끌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정권 탄핵에 앞장설 파이터들이 대거 들어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김두관 후보와 정봉주 후보 지지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부 당원들이 후보들의 메시지를 곡해해, 당의 단합을 되레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봉주 후보 부스 앞에서 만난 50대 한 당원은 "(명팔이 논란을 부른)박원석 의원이 말한 내용은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은 건너건너 나온 이야기"라며 "정 후보 본인도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듯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뒤에서 다른 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두관 후보도 결국 같은 민주당으로서 단결하고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라며 "경쟁은 필요했고 자신의 말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14%, 권리당원 투표 56%,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전날 서울을 끝으로 마무리된 지역순회 경선 누적 득표율은 이재명 후보 89.90%, 김두관 후보 8.69%, 김지수 후보 1.42%로 집계됐다.
최고위원 후보의 누적 득표율을 살펴보면 김민석 후보 18.63%, 김병주 후보14.30%, 정봉주 후보 14.17%, 한준호 후보 13.78%, 전현희 후보 12.75%, 이언주 후보 11.43%, 민형배 후보 9.90%, 강선우 후보 5.05% 순이다.
이날 대의원 온라인투표를 포함한 최종 결과 발표는 오후 6시 이후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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