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인데 휴가 써야 하나요?" 혼란스러운 직장인들

대형약국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대전일보DB.

"처음엔 편도염에 몸살이 겹친 줄 알았는데,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해 보니 '양성'이 떴어요. 당장 출근은 어쩌나 싶었습니다."

직장인 이 모(29·유성구) 씨는 최근 여름 휴가차 다녀온 해수욕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사 출근 여부 등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 씨는 상사에게 전화로 상황을 얘기했지만, 상사 역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결국 연차를 사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일부 직장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감염병 전염 위험도가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분류돼 격리 의무는 없지만, 자칫 출근했다가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대전 중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김 모(27) 씨는 최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근무를 했다.

김 씨는 "예전처럼 격리하는 게 의무가 아니다 보니 직장 상사에게 확진 사실을 알렸을 때 (상사도) 당황해했다"며 "이미 연차를 많이 사용했고, 그렇다고 출근하자니 사무실엔 아이를 키우거나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과 사는 직원들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상사와 논의한 뒤 재택근무를 했다. 재유행에 따른 보건 당국의 격리, 관련 지침 등이 없어 애매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방침으로 연차를 사용한 이도 있다.

송 모(30대) 씨는 "얼마 전 직장 동료가 코로나에 걸렸는데 회사 지시에 따라 개인 연차를 사용하고 쉬다 왔다"며 "재택근무처럼 유연하게 대체할 수 없는 업종이고,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조치였던 거 같다. (코로나에) 걸리면 연차를 써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휴가조차 사용할 수 없는 직장인도 있다.

최 모(35) 씨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PT(프레젠테이션) 담당이어서 쉬는 게 곤란하다. 열이 37.8도에 몸이 축축 늘어질 정도로 몸살 기운이 심하지만 그동안 준비해 온 팀원들을 생각하면 연차를 내는 게 미안하다"면서도 "확진자에 대한 격리 규정, 휴가 제도 등이 별도로 없어 지금은 막막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조이철 노무사(노무법인 신명)는 "법률적으로 병가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회사별로 대처하는 상황"이라며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들은 별도의 노사 합의나 규정이 있지 않는 한 관련 휴가에 대한 제도가 미비하고 개인 연차를 쓰게 하는 일도 있다. 휴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쓰는 것인데, 이런 휴가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증상 발현 시, 기침과 발열 등 주요 증상이 호전된 후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전국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8월 첫째 주 기준 861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