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하주차장 금지 ‘마녀사냥 느낌’…화재 원인, 과충전 보다 셀 결함”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8.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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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섭 성균관대 교수, 연합뉴스 인터뷰
벤츠車 화재 “배터리 셀 내부결함 추정”
“국내 배터리 3사 기술 경쟁력 뛰어나”
과충전, ‘전기차 화재’ 지배적 원인 아냐
윤원섭 교수 [사진제공=연합뉴스]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화재로 15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쑥대밭이 되면서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는 이번 화재 원인은 벤츠 EQE에 장착된 배터리의 셀 내부결함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과충전은 전기차 화재의 결정적 원인이 아니며 전기차 안전을 위해서는 배터리 모니터링 강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성균관대와 삼성SDI가 손잡고 설립한 배터리공학과(가칭)의 대표 교수다. 성균에너지과학기술원 차세대배터리 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벤츠 EQE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해 “배터리 셀 내부 결함이 가장 합리적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차종에는 중국산 파라시스 제품이 장착됐다.

그는 “결함이라고 하면 불량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그보다는 수억개의 셀을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셀의 편차라는 말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편차 중 가장 밑단에 있는(성능이 떨어지는) 셀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이를 잘 관리했다면 초동 조치를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그는 “배터리 셀 내부 결함은 전조 증상이 반드시 있다”며 “갑자기 ‘팍’하고 화재가 나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누적되는 것인데 전압이나 온도를 체크하면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 진압 장면 [사진제공=연합뉴스]
윤 교수는 현대차를 선두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제조사 공개는 안전이나 소비자 선택권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자동차 엔진만큼 중요한 부품”이라며 “배터리 셀 제조업체에 더해 NCM 조성 비율, 양극 소재 등 기본적인 셀 케미스트리(화학요소)도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과 기술력은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회사가 공개되면 대처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 이상은 분명히 온도나 전압 변화 등 시그널(징조)이 있다”며 “센서를 통해 이를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잘 돼 있느냐가 자동차회사가 안전과 관련해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인산철(LFP), 전고체 배터리 모두 화재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현재로서는 리튬이온배터리(LiB)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 안전 면에서 가장 합리적 개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제품은 타사 대비 경쟁력이 높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배터리 성능을 판단할 때 에너지 밀도, 파워, 비용, 제품 안전 등을 고려하는데, 이를 골고루 다 갖춘 것이 우리 배터리 3사”라며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기술, 노하우 등 많은 경험이 축적돼 경쟁 회사들과 비교하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BMS [사진출처=현대차]
윤 교수는 업계 일각에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원인을 과충전으로 단정 짓는 분위기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충전 깊이(충전율)와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100% 충전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NCM 배터리 양극의 100% 용량은 (g당) 275mAh 가량인데, 실제로 사용한 것은 200∼210mAh 정도이고 이를 100%라고 규정한다”며 “다시 말해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배터리 수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충전을 이보다 더하면 위험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러한 과충전은 배터리 셀 제조사나 자동차업체 차원에서 BMS 등으로 이미 차단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충전 깊이보다는 셀 내부 결함이나 그 결함을 관리하는 BMS 문제로 화재가 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현대차 같은 경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해 제대로 더 진보된 기술을 적용한 게 3년 정도는 됐다”며 “그 사이에 (비충돌로 인한 화재가) 한 건 정도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이미 굉장히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진출처=연합뉴스]
윤 교수는 급속충전이나 높은 기온, 습도도 배터리 화재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완속보다 10∼100배 빠르게 충전하니 전압이 더 올라가 조금 위험한 면이 있겠지만, 이미 이러한 화재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라며 “또 온도나 습도를 고려해 배터리 셀은 안전하게 제조됐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배터리·자동차 전문가와의 깊이 있는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전 깊이와 화재 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마녀사냥의 느낌이 좀 있다”며 “전문가들이 심도 있게 토의해 검증 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화재는 언제든 날 수 있고, 그 화재를 어떻게 끄느냐가 중요하다”며 “전기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는 방향이고, 우리 산업 경쟁력과 연관됐는데 (이번 화재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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