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은 구경만… 지갑 닫는 외국인들
방문객 늘었지만 매출은 감소
국내 면세업계가 손님이 늘어도 웃지 못하고 있다. 더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귀환과 여행 패턴 변화로 인해 객단가(방문객 1인이 쓰는 돈)가 급감하면서 올해 상반기 1인당 구매액이 5년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18일 한국면세점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면세점 1인당 구매액이 53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급감했다. 이는 1인당 구매액은 전체 매출액을 구매객 수로 나눈 것으로, 올해 상반기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7조3970억이고 구매객 수는 1382만5737명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구매객 수가 45.6% 늘었는데 면세점 매출액은 13.6% 증가하는데 그쳤다.
연도별 면세점 객단가는 2019년 51만원, 2020년 145만원, 2021년 263만원까지 늘었다가 2022년 164만원으로 꺾인 뒤 계속 내림세다. 지난해 62만원으로 크게 줄었고 올들어 더 줄고 있다.
6월만 놓고 보면, 2022년 154만원이었던 객단가가 2023년 59만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더 줄어 50만원에 머물렀다. 2년 새 3분의 1토막이 났다. 올해엔 1월 70만원대로 시작해 2월 약 43만원으로 40%가까이 줄더니, 이후 3월부터 넉달 연속 50만원대다.
이는 '큰 손' 유커의 귀환이 늦어지면서 외국인 손님이 늘어도 이들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은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인 개별 여행객, 동남아에서 온 여행객들이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쇼핑 중심에서 먹거리·체험 중심으로 여행 패턴이 변화한 영향도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외국인 부문만 보면, 면세점 방문객은 올해 1월 대비 6월의 29% 늘었는데 매출액은 정 반대로 29% 줄었다. 1월 63만여명에서 6월 81만여명으로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이 18만여명 늘었지만, 이들이 쓴 돈은 1월 1조3288억원에서 6월 9476억원으로 4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6월(8543억원)보다는 10.9% 늘었지만, 객단가는 160만원에서 116만원으로 27% 급감했다.
여기에 고환율 악재로 내국인 쇼핑객까지 구매를 자제하고 있는 점도 면세점 업계에는 악재다. 내국인의 경우 올해 1월 대비 6월 방문객, 매출이 각각 4.6%, 3.9% 감소했다. 방문객은 1월 162만명에서 155만명으로 7만여명 줄었고, 매출액은 2621억원에서 2520억원으로 1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90% 이상 회복했음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면세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416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적자로 전환했다. 신라면세점(70억원)과 신세계면세점(158억원) 영업이익도 각각 83.8%, 75.5%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165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적자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다른 면세점들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비상 경영에 준하는 비용 절감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 4분기 정규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신라와 신세계 등은 여객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산정해 납부해야 하는 만큼, 구매 고객·객단가 증가가 동반되지 않으면 임대료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개별 관광객 여행 패턴이 변화한데다 고환율 탓에 내국인마저 면세점 쇼핑보다 여행지에서의 쇼핑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딘 유커 회복에 면세업계에 비용절감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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