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천시, 은해사에 ‘혈세 펑펑’…조실 법타스님에 9억 원짜리 요사채 제공 논란
시 문화재 예산 중 절반 이상이 은해사 지원에 쓰여
시 관계자 "시장·위에서 하라면 따를 수밖에 없어 "
[더팩트ㅣ영천=최대억 기자] 경북 영천시가 최근 4년간 재정자립도 연속 하락으로 ‘한 푼’이 아쉬운 실정에도 은해사(銀海寺)에 문화재 개·보수와 별도로 신축 건물을 지어주는 등 매년 평균 10억 원의 시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사찰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행사인 ‘중악 팔공산 은빛문화재’의 경우 도의회와 시의회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이 시도비 매칭 기준금액을 무시하고 시비만 재차 증액되기도 했다.
18일 <더팩트>가 입수한 영천시와 경북도, 국가유산청의 문화재 개·보수 현황(문화체육관광부 직접 지원예산 별도)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2~2023년) 지역 내 보물과 국보, 국가민속문화재, 문화재자료, 유형문화재의 노후 보수와 주변시설 정비 및 확충 등 31개 사업에 국비 등 84억 79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이 가운데 은해사 본·말사(20곳), 산내암자(5곳)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사업의 50%(15건), 지원금도 61%(52억 7000만 원) 등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시비 역시 전체 지원액(29억 8379만 원)의 62%(18억 4750만 원)의 혜택을 받았고, 올해도 8월 현재까지 국·도비보조사업에 영천시는 시비 4억 6280만원(국비 등 총 20억 8000만 원)을 보탠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해사 관련 개·보수사업이 국가 문화유산의 원형유지 및 보존처리 사업보다 사찰 내 설비 개선, 공양간 지붕방수, 요사채 해체 보수 등 주변시설 사업에 혈세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2년간(2022~2023년) 은해사 사업내역을 보면 △염불왕생 첩경도 보존처리 △신월리 삼층석탑 설법전 보수 및 주변정리 △대웅전 주변정리 △영지사 명부전 석조지장 시왕상 일괄 주변정리 △거조사 영산전 요사채 해체보수 및 주변정비 설계 △운부암 금동보살좌상 요사채 건립공사 △거조암 삼청석탑 보존처리 △괘불탱 방범시설 개선 △괘불탱 전기설비 개선 △백흥암 극락전 공양간 지붕방수 △영지사 명부전 석조지장 시왕상 일괄 석축 및 담장보수 △청동북 및 북걸이 기기암 요사채 개축설계 △거동사 대웅전 공양간 건립 및 주변정비 공사 △청동북 및 북걸이 신검당 단청 및 주변정리 △묘봉암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주변정리 등이다.
이 가운데 은해사 말사의 한 곳인 운부암의 ‘금동보살좌상 요사채 건립공사’는 좌상 인근의 기존 요사채 보수 공사 정도로 판단하게끔 돼 있지만 실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원통전에 봉안돼 있는 금동보살과 전혀 무관한 100여 미터 이상 떨어진 장소에 지어진 일반건축물 형태의 신축공사로 확인됐다.
특히 이 요사채는 은해사 산중을 대표하는 조실 법타스님을 위한 단독 숙소로, 사용 중인 멀쩡한 요사채(현재 창고로 활용)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부암 내에서는 5번째 지어진 최고가의 거처로 구분된다.
조실 법타스님은 한국 불교 최대의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과 은해사를 대표하는 최고 어른스님을 일컫는 '조실'과 법명 ‘법타’의 합성어로, 현재 은해사의 회주 돈명스님(원로 의원)과 주지 덕조스님(교구장)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
지난해 2월 착공해 6개월 만에 완공한 이 요사채는 국비(6억 3000만 원), 도비(1억 3500만 원), 시비(1억 3500만 원) 등 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와대상춘재’를 연상케하는 외관과 유리창문을 사용한 현대식 한옥 형태로 만들어졌다. 직전에 사용했던 요사채와는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 자리잡았다.
조실 법타스님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고가의 단독 요사채 건립 및 입주 배경'에 대해 "내가 은해사의 조실이니까 조실채로서 있는 것이다"며 "내가 제일 어른이니까, 문화재청(국가유산청)에서 (예산이) 나오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고서는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복해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저희 국비지원사업은 지자체(영천시)에서 신청을 받아서 반영하기 때문에 저희가 국비를 먼저 교부하는 경우는 없다"며 "무조건 지자체에서 먼저 신청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행정 절차상으론 영천시에서 은해사의 신청을 접수받아 예산 반영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 보물 '청제비' 보전 안중에도 없이 은해사만 챙겨
조실 법타스님의 요사채 신축은 지난 2022년에 영천시가 국·도비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사업우선순위 결정에서 시급한 사업과제(2위)로 선정된 바 있었다.
당시 사업 우선순위 3위였던 ‘영천 청제비 보전처리(보물 제517호)’사업의 경우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산확보를 못해 방치되고 있는 반면 4위, 5위였던 은해사 관련 공사는 올해까지 모두 예산이 편성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영천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은해사 국비 매칭 사업의 경우, 시장님 의견이 반영되거나 위쪽에서 하라면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영천시는 은해사 문화재 개보수 공사에 매년 국도비는 물론 시비를 보태고 있다"며 "시비가 매년 평균 1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부연했다.
영천시가 은해사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모습은 은해사가 주최하는 ‘중악 팔공산 은빛문화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천시는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 3회째인 전년도부터 시비 1억 원 이상을 증액시켰고, 올해는 도비 600만 원이 삭감됐는데도 불구하고 영천시는 도비와 시비 매칭 비율(7대 3) 절차와 시의회 예결위 의견을 무시한 채 삭감된 시비 2280만 원을 재차 추경에서 증액시켜 전년도와 동일한 시비 2억 8800만 원(총 3억 4200만 원)을 확보해 행사를 지원했다.
◇ 4년째 재정자립도 하락 '경보'에도 시 재정운용 계속 '구멍'
영천시 재정자립도가 2021년 14.2%에서 2022년 13.5%, 2023년 12.8%, 올해는 12.7%로 4년 연속 하락 중이면서도 은해사에 대한 예산 편성에는 올해도 8월 현재까지 △국비보조사업(백흥암 극락전 단청 기록화, 거조사 영산전·영산루 누마루 보수, 거조사 영산전 종무소 해체보수, 은해사 청동북 및 북걸이 기기암 요사채 개축) △국비보조 재난방재사업(거조사 영산전 방범시설 개선, 운부암 금동보살좌상 소방시설 구축) △도비보조사업(은해사 대웅전·학예동 대웅전 내부보수, 은해사 대웅전 후불탱화 및 삼장탱화 보존처리)에 시비 4억 6280만 원(국비 등 총 20억 8000만 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영천시가 겪는 재정난은 2년 연속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시 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배분액을 확보하고도 제때 쓰지 않고 부적절하게 쌓아둔 예치금(162억 9400여만 원) 등을 통해 ‘이자수익 12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 경신’을 발표하는 '눈가리고 아웅'식 시 예산 운용에서도 엿보인다.(<더팩트> 보도 5월 21일자 참고, 영천시 지방소멸대응기금 실제 쓴 돈 5.7%…집행액 ‘0원’)
더구나 10만 명 인구 붕괴를 막기 위해 2년간 22억 원이 넘는 예산을 전입 장려금에 투입하고도 2년 전보다 1488명(실제 인구)이 더 줄어든 영천시의 세금 낭비도 재정 악화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더팩트> 보도 5월 28일자 참고, 영천시 인구정책 실패, 2년간 22억 원 투입 불구 1400여 명 이탈)
불과 2년전 영천시는 나라살림연구소가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중은행에 예치한 지자체 금고와의 약정 금리(2022년도 회계기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권인 219위였다.
영천지속발전가능발전협의회 소속 김희원 위원은 "6개월 만에 완공된 고가의 숙소를 보니 평소 무소유를 실천하는 승려에 대한 기대는 이젠 접고 싶다"며 "이 넓은 하늘 아래 집 한 채 없는 서민의 설움과 좌절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8명의 스님이 거처하는 운부암에 9억 원 단독 요사채 등 5채의 살림집이 웬말이냐"며 "앞으로 관리비용 역시 고스란히 혈세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시 재정이 악화하든 말든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은해사 문화재 개보수에 우리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 못한 시민들도 반성해야 하며 차제에 은해사 감사 청구 등을 강력히 전개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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