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곳곳서 침체신호…지금은 공격보다 수비할 때

2024. 8.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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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베어마켓 전망'
지난 7월 실업률 4.3%로 급등
저소득층 카드연체율 상승
제조업 PMI·내구재 소비 등
경기 식어가는 징후 늘어
금리인하 - 증시상승 기대보다
경기둔화 따른 조정 우려 커
연합뉴스

미국 경제에 균열이 보인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환산 기준 2.8%로 시장 기대를 상회하면서 침체와는 거리를 뒀지만, 이후 발표된 고용 지표들은 빠르게 식어가는 고용 시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2일에 발표된 7월 실업률이 4.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높아져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비농업고용자수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둔화되는 고용 지표를 보고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를 우려할 만한 경험적 근거는 꽤 존재한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할 수 있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는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18개월 내에 한 번의 예외 없이 경기 침체를 겪었다. 예외라고 한다면 지금이 예외다.

두 번째로는 최근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등장한 샴의 법칙(Sahm Rule)이다. 샴의 법칙은 비교적 최근에 제기된 경험 법칙이다. 연준 위원이었던 클로디아 샴(Claudia Sahm)이 2019년 제시한 법칙으로 최근 3개월간의 실업률 평균이 최근 12개월 동안 가장 낮았던 실업률 대비 0.5% 높을 경우 경기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1970년 이후 발생했던 경기 침체에 모두 적용됐던 법칙이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3%였고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은 4.1%로 최근 12개월 내 가장 낮았던 실업률 대비 0.5%포인트 높아졌다.

또 다른 경험 법칙 몇 가지를 더 들여다보자. 우선 실업률이다. 과거 미국의 실업률은 아름다울 정도로 주기적인(cyclical) 모습을 보여준다. 즉, 일정 수준까지는 상승 또는 하락의 추세를 뚜렷이 보여준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업률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23년 4월이다. 이후 느리기는 하지만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1970년 이후 저점을 지난 실업률이 반등한 뒤 가장 낮게 고점을 형성하는 것이 6% 수준으로, 1971년 8월 6.1%와 2003년 6월 6.3%, 두 번이다. 두 번 모두 실업률이 고점까지 가는 과정에 경기 침체를 겪었다. 즉, 아무리 낮은 수준의 실업률 상승 사이클도 경기침체를 동반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실업률이 아직 경기 침체를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실업률의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경기가 침체에 진입할 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노동 시장 외에도 경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꽤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소비에서는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주로 저소득층에서 나타나고 있어 전반적인 미국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과 묶어서 해석해 보면 연체율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또 다른 지표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구매관리자지수(PMI)다. 작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올해 초까지 반등하면서 3월에는 기준선이 50을 소폭 상회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 전환해 얼마 전에 발표한 7월 지표가 46.8로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했다.

또 다른 지표 중에 하나는 명목 기준 내구재 소비 증가율이다. 2001년, 2008년의 경기 침체, 그리고 2020년 3월과 4월 팬데믹으로 인한 초단기 경기침체 기간에도 내구재 소비는 감소했다. 소득이 줄거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내구재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지표는 기업 실적 전망이다.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대부분 발표됐다. 실적은 예상에 부합하지만,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섹터와 기업들이 많다.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하락이 주식 시장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빠르게 사라지고, 금리 하락이 경기 둔화를 의미하고 경기 둔화로 주식 시장이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길게 보면 "경기 둔화·침체→금리 하락→유동성 완화→소비 개선→경기 개선→주식 시장 상승"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주식 시장이 경기 둔화·침체와 기업실적 둔화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힘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수비적인 투자 전략을 취할 때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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