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9월 美FOMC 글로벌 증시 '분기점'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4. 8.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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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금융시장 핵심변수
최대 20조 달러 유동성 공급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
8월초 아시아 증시 폭락 주범
뒤엔 美·日금리차 축소 전망
중동 확전 유가 고공행진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파월 미국 연준 의장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거시적 변수를 짚어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인지, 인하를 한다면 그 폭은 얼마나 될것인지가 첫 번째 이슈다.

다음은 심화되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국채금리의 향방이다. 미국이 큰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계속 과거와 같이 낮은 이자율을 통해 침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이런 가운데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게 되면 국제유가도 자극을 받게 될 수 있다.

▷미 연준 금리 인하 여부와 폭은?

8월 5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피는 8.77%나 급락하며 4년5개월여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2.4% 내렸고, 대만 자취엔지수도 8.35% 빠졌다.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프로그램 매도는 결과이고, 이와 같은 프로그램 매도를 촉발한 원인 중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자리한다.

그동안 일본은 중앙은행을 통한 무제한적 양적 완화로 금리를 낮게 유지해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형태로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 이유다. 그 규모가 추정에 따라서는 15조~20조달러에 이른다.

일본에서 유력하게 나오는 해석은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 금리를 올린 폭은 고작해야 0.25%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7월 말에 벌어진 일이고 아시아 증시 폭락은 8월 5일이다. 시차가 존재한다. 반면 미국에서 침체 공포를 불러온 7월 고용지표는 8월 2일(현지시간) 발표됐다. 3일과 4일이 주말이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의 '예상 금리 차이'를 확 좁힌 것은 미국의 침체 공포다. 일본이 올린 금리는 0.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0.5%포인트 혹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 것이 결국은 캐리 트레이트 청산에 대한 공포를 부른 더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미 매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이날 캔자스은행연합회 행사 공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2% 목표를 웃돌고 있다"며 "미국의 재정 정책, 주택 시장, 지정학 위험 등의 요인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8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국채금리

미국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에도 경제위기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보는 국가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환류시켜 줬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한국, 독일 등 교역에서 흑자를 보는 국가들이 미국의 자본시장에서 국채를 사주거나 주식을 사는 등 금융투자 형태로 달러를 퍼부어주고 있었다. 쌍둥이 적자에도 미국이 금리 앙등을 경험하지 않았던 이유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정부부채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10%를 넘는다. 교역에서 본 적자 규모는 2023년에만 GDP의 3%를 넘는다. 앞으로도 낮은 이자율을 누릴 수 있을 것인지는 미국의 자본시장으로 충분한 양의 달러가 다시 들어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은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지만, 전 세계 각국이 미국의 국채와 주식을 과거처럼 많이 사줄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다.

미 국채 10년물 입찰에서는 부진한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미국채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언제나 각광받는 금융상품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7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투자자 사이에서 올해 대폭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줄어들면서 이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95%로, 6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재무부가 돈을 빌릴 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국채 입찰에서 수요 약화 신호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3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개시한 이후로 '테일(tail)'이 더 커지고 빈번해지는 추세가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테일은 미 국채 입찰에서 발행금리가 입찰 직전 금리를 웃도는 정도를 가리킨다. 테일이 클수록 수요가 약하다는 의미다.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폭등?

이란과 이스라엘이 확전으로 빠져드는 상황이 온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장 석유 생산과 수송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유가를 자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유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유가 자극을 심화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하는 더 먼 일이 된다. 미국 경제가 실제 침체로 빠져든다면 침체 속에서 물가가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미 유가는 자극을 받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시세가 전날보다 4.19% 올라 1배럴당 80.06달러에 거래를 마쳐 80달러를 돌파하고,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이 3.31% 올라 82.30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에서의 분쟁이 확전으로 비화되지 않기를 지구촌 시민들이 손 모아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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