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쿠르스크 원전 공격 자작극설’ 일축···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로는 폭격

윤기은 기자 2024. 8. 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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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원자력발전소 전경.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한 뒤 이를 ‘러시아 책임’으로 돌리려 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거짓 선동”이라며 부인했다. 지난주 냉각탑에 불이 났던 러시아 점령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로에는 폭발물이 떨어졌다.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우리가 원전 공격 계획을 세웠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제정신이 아닌 선동”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이런 허위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가 쿠르스크 원전을 타격한 것처럼 현장을 꾸며내는 방안을 우크라이나군이 구상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쿠르스크 원전 공습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국 원전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어서 이런 위장 전술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일부터 기습 작전을 벌여온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의 원전은 러시아 3대 원전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지난 8일 미사일 파편이 이 원전 부지에서 발견됐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원전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원전 운영사인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카체프 대표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국 내 핵 안전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쿠르스크 원전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가 2022년 3월부터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도 위태하다. 자포리자 발전소의 러시아 경영진 측은 이날 오전 7시쯤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원자로를 잇는 외곽 도로에 드론으로 폭발물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상주 IAEA 소속 전문가들은 공습 직후 현장을 찾아 상황을 조사했다. IAEA는 원전 정문 인근 도로가 손상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원전 장비가 손상되진 않았다.

IAEA는 “지난주 내내 원전 지역에서 치열한 군사 공격이 잇따랐다는 사실을 보고해왔으며, 그중에는 원전 바로 가까운 곳도 포함돼 있었다”며 “그런데도 군사 작전과 공격이 수그러드는 기미는 조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원전에 적대행위가 발생하면 안 된다며 양국에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전 안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견디도록 원전을 설계하지 않았다. 이번 공격으로 분쟁지역에 있는 이런 시설의 취약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주로 진격한 이후 양국의 전투가 격화하면서 원전, 가스관 통로 등 양국의 에너지 시설은 파괴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자포리자 원전 냉각탑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휴전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점령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에너지 자원을 주요 수입원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5일 러시아-유럽 천연가스 송유관이 묻혀있는 수자 지역을 점령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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