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심장…‘The Young King’ 김도영

김양희 기자 2024. 8.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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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0순위’ 거론
기아(KIA) 타이거즈 김도영. 연합뉴스

“무등산 높은 정기 진월에 솟아~.”

요즘 KBO리그 안팎에서 자주 들리는 광주동성고 교가다. 프로야구에 무슨 고교 교가인가 싶지만,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김도영은 지난 15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친 뒤에도 고교 선배 양현종과 함께 라커룸에서 교가를 불렀다. 아마추어 시절 동성고의 자랑이었던 그는, 이제 타이거즈의 심장이 되고 있다. 그의 나이, 만 스무 살에 말이다.

김도영은 ‘더 영 킹’(The Young King)으로 불린다. 한때 그의 팀 동료였던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방출)가 김도영의 개인 SNS에 달았던 답글에서 유래했는데 김도영의 영어식 이름(도영 킴)과 발음이 비슷하다. 실제 김도영은 호랑이 무리에서 ‘어린 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도영의 올해 활약은 눈부시다. 17일 현재 타격 4위(0.344), 홈런 공동 2위(31개), 득점 1위(111개), 장타율 1위(0.640), 출루율 4위(0.416) OPS(출루율+장타율) 1위(1.056), 도루 5위(34개)에 올라 있다. 타격의 정교함과 파워, 선구안에 빠른 발까지 갖춘 타자라는 사실을 성적으로 입증해 내고 있다. 김도영은 타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5.85·스포츠투아이 기준)에도 올라 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 0순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도영은 올해 나이 기준의 기록을 하나씩 갈아치우고 있다. 일단 ‘30홈런-30도루’ 대기록(역대 9번째)을 최연소(20살10개월13일), 최소 경기(111경기)로 달성했다. 기존 최연소 기록은 22살11개월27일의 박재홍(1996년)이었고, 최소 경기는 에릭 테임즈가 기록한 112경기(2015년)였다. 국내 선수가 ‘30-30클럽’에 가입한 것은 2000년 박재홍이 마지막이었다.

김도영은 이에 앞서 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작성했고, 지난달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4타석 만에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연소 시즌 100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기아 타이거즈 김도영. 연합뉴스

김도영의 스타성은 상대 투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도영은 리그 최초로 전반기를 20홈런-20도루로 끝냈는데 20홈런 상대 투수가 류현진(한화 이글스)이었다. 30홈런-30도루 때는 상대 피홈런 투수가 당시 다승 공동 1위(11승)에 올라 있던 엔마누엘 헤이수스(키움)였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도입되면서 흔들림없는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완성해낸 게 크다.

김도영은 1위 독주를 위한 주말 2위 엘지(LG) 트윈스와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16일 경기서는 0-2로 패색이 짙던 9회초 무사 1루서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뿜어내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아는 이후 나성범의 투런포로 8회까지 뒤지던 경기를 마지막 회에 뒤집었다. 17일 경기서는 점수 차이를 6-1로 벌린 6회초 2사 만루서 쐐기 만루홈런(개인 통산 2호)을 쏘아 올렸다. 김도영의 ‘한 방’에 엘지는 전의를 상실했다.

김도영은 2022년 신인지명 당시 광주진흥고 출신의 문동주(한화)를 밀어내고 기아에 1차 지명됐다. 2022, 2023시즌 동안 부상 등을 겪으며 성적이 잘 나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되지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하면서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김도영은 “1~2년 차 때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배운 게 참 많았다. 그런 길을 밟아서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온갖 기록을 깨고 있는데도 기록 달성 당일만 기뻐하고 다음날에는 팀을 위한 야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하는 김도영. 승리에 굶주린 어린 왕의 대관식이 멀지 않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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