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매장가와 배달가 달리하겠다”···외식비 인상 압력 커질까

김세훈 기자 2024. 8. 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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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가격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문재원 기자

자영업자들이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최근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자 매장과 배달의 판매가격에 차등을 두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본사에 가격 이원화를 요구하고 있고, 본사에서 배달비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일괄 인상한 경우도 있다.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이 촉발한 가격 차등화에 따라 외식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모임 등은 오는 22일부터 소속 자영업자들과 함께 배달 음식 가격과 매장 가격을 차등 적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자영업자는 약 650명 규모다. 전체 자영업자 숫자와 비교하면 규모가 적지만 이를 계기로 매장과 배달 가격 차등화가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음식점은 매장과 배달 가격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김영명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모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가격 인상은 배달앱의 불공정 행위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모임에 소속된 대부분 자영업자가 참가할 것으로 보이고, 자영업자 카페에서도 관련 글에 댓글이 수백개 달린 걸 보면 실제 참가 규모는 더 클 것”고 했다.

이들은 ‘배민’ 등에선 가격 차등화를 실시하지만 일단 배달 수수료가 저렴한 지역공공배달앱 등에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배달 플랫폼 가운데 ‘배민’은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같도록 요구한다. 배민은 매장과 배달 가격이 같을 경우 ‘인증 뱃지’를 주기도 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수수료율이 기존 6.8%에서 9.8%로 오르면 매장과 배달 가격을 기존과 똑같이 맞추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그간 배달플랫폼 지출은 고정비 영역이었는데 배민이 정률형 수수료 정책을 고집하면서 지출 유형이 변동비로 바뀌었다”면서 “수수료 부담이 커져 이대로는 사업 유지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자영업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했다.

본사에 가격 이원화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전국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달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에 차등을 둘 것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본사 대표에 발송했다. 해당 내용증명 발송을 놓고 한 찬반투표에서 점주 296명 중 280명이 찬성했다. 황성구 전국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플랫폼 수수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 정도”라며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을 같게 하면 사실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맘스터치는 점주들의 의견을 검토해 차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배달 서비스 비용 상승을 이유로 아예 제품 가격을 올린 본사도 있다. 롯데리아는 이달부터 배달 서비스 부대비용 증가 등 원가상승을 이유로 버거류 및 디저트류 가격을 일괄적으로 평균 3.3% 인상했다. 파파이스 코리아도 지난 4월 배달 메뉴의 경우 매장가보다 평균 약 5% 높은 가격을 차등 적용했다.

점점 배달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배달 수수료 인상이 불러일으킨 가격 이원화는 외식 물가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배달 비용 인상이 가져오는 물가 상승 압력은 정확히 측정되진 않았지만 통계청이 실험적으로 작성한 지난해 12월 기준 ‘외식배달비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3% 상승했다. 올해 기준으로 작성하면 이 수치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외식물가도 1년 전보다 2.9% 올라 소비자물가상승률(2.6%)보다 높았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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