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화 지속시켜서는 안 돼" 안세영, 지난 1월 A4 13장 분량 건의서 제출했었다

김경현 기자 2024. 8. 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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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와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앞서 건의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16일 안세영이 지난 1월 A4 용지 13장, 1만 5000자 분량의 건의서를 직접 작성했고 협회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안세영의 부모는 김택규 협회장과 면담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건의서가 전달됐다고 한다.

건의서에서 안세영은 다양한 형태의 폐단을 지적했다.

성적에 비해 부족한 포상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세영은 2023 코펜하겐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식 우승,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했다. 협회가 지급한 포상금은 세후 1000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건의서에서 안세영은 "다른 종목 선수들이 협회 포상금만으로도 몇천, 몇억을 받는 동안 제가 무릎을 잃고 얻은 포상금이 세액 제외하고 1000만 원 정도"였다면서 "진짜 선수단 격려에 힘써 주셨더라면 더 빛나고 존경받는 협회가 되셨을 텐데 하는 마음에 또 속상했었다"고 밝혔다.

부당한 선후배 문화도 꼬집었다. 2017년 중3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안세영은 '막내'란 이유로 7년 동안 선배들의 방 청소와 빨래를 도맡았다고 한다. 거기에 외출하려면 선배 전원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보고 문화'도 있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솔직히 말하면 그 보고가 귀찮아서 방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문화"라고 답했다.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도 요청했다. 입단 첫 해 고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5000만 원이며, 3년 차까지 연간 연봉 인상률은 7% 이하로 제한된다. 안세영은 "모 소속팀들은 그마저도 깎아서 선수들의 계약금 연봉의 하향화를 방치하고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해서 부당함을 인정하기보다 소속팀들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이 규정이 유지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건의서에 "제가 느끼기에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하고 모든 선수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목소리를 낸다. 저 하나뿐만이 아니라 저 이후의 후배 선수들은 이런 문화를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영 / 사진=DB


건의서를 받아 든 협회는 무엇을 했을까. 현재 상황을 보면 큰 변화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파리에서 금메달을 딴 뒤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다"면서 폭탄 발언을 남겼다. 이 자리에서 부상 관리에 대한 분노, 선수단 관리 부실, 무리한 대회 출전, 복식 위주의 대표팀 훈련 등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후 16일 SNS를 통해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 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건의서와 현재의 발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협회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편 협회는 7일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협회는 무리한 대회 참가는 없었으며, 안세영의 부상 관리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역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복식 종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대표팀을 떠날 것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는 규정이 무시될 경우 선수들의 이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은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거기에 협회는 16일 진상조사위원회 1차 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대표팀 김학균 감독과 성지현, 이경원 코치 등이 참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세영은 참석하지 않았다.

협회는 "차기 회의 때는 안세영 선수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 대표 선수 처우 개선 및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안세영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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