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는 정녕 난공불락인가”…집념의 韓반도체, 대만·일본과 한판 승부 나섰다 [위클리반도체]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8.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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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훈 기자의 위클리반도체 - 8월 셋째주]

실리콘 아일랜드(일본 큐슈 지방 반도체 생산 허브)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일본내 생산기지를 보유한 대만기업 TSMC뿐 아니라 일본 라피더스도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서 대조를 이룹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휘어 잡았으나 파운드리 부문에선 추격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죠.

최근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관심을 갖고 계신 독자분들이 많으실 텐데요.TSMC는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고, 라피더스는 공장 자동화로 납품 속도 높이기에 나섰습니다.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선 파운드리 업계 소식을 함께 톺아보고자 합니다.

“역시나 무서운 TSMC…훨훨 날았다”
지난해 7월 28일 대만 신주에서 열린 TSMC 글로벌 R&D 센터 개소식에서 TSMC의 로고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최근 TSMC가 7월 매출을 공개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45%나 증가한 2569억5000만 대만달러(약 10조8300억원)를 거둬들였다는 소식이었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조세를 이어가면서 TSMC 실적도 ‘훨훨’ 날았습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올해 3분기에만 매출 7474억 대만달러(약 31조5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죠. TSMC는 파운드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뿐 아니라 삼성전자, 인텔, 라피더스 등 경쟁사와 격차도 벌리고 있습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1분기에 TSMC 점유율이 61.7%로 증가했다고 봤습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1.0%입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TSMC(61.2%)와 삼성전자(11.3%) 격차가 49.9%포인트였는데 50.7%포인트로 늘어난 겁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가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3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나노 공정에 대해선 8%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주문이 몰려들며 TSMC 공장 가동률이 100%를 웃돌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죠.

고객사인 엔비디아도 TSMC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즉각 “TSMC 제조 가격이 너무 낮다”고 했습니다.

부활 신호탄 쏘는 日 반도체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 겸 최고 경영자
한물 간 줄 알았던 일본 반도체업계도 부활 신호탄을 쏘고 나섰습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자동화 생산설비를 구축합니다. 이곳에서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게 라피더스 목표죠.

라피더스는 자동화를 통해 생산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파운드리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라피더스 공정이 TSMC와 삼성전자보다 2년 뒤처져 있지만 2나노 자동화로 역전 발판을 마련해보겠다는 겁니다.

TSMC와 삼성전자보다 2년 느린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서더라도 생산시간을 줄이면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게 라피더스 판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비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TSMC보다 라피더스를 택하는 고객사를 노린 전략인 셈이죠.

문제는 시간입니다. 분초를 다투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2년이란 시간은 너무 깁니다. TSMC와 삼성전자가 2나노를 뛰어넘어 1.6나노, 1.4나노 로드맵을 잇달아 꺼내놨습니다. 라피더스가 대량 생산을 목표로 잡은 시점이 2027년인데요. 삼성전자가 1.4나노 양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해입니다.

우왕좌왕 인텔…“일단 인력부터 줄이자”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삼성전자를 넘어 파운드리 2위로 올라서겠다는 기업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인텔(Intel)입니다. 이처럼 자신만만했던 인텔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2분기 매출이 역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인력 감축에 나선 거죠.

인텔 구조조정 소식은 8월초 AI 거품론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인텔은 직원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을 줄이고 지출을 축소하겠다며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4분기부터는 배당금 지급마저 일시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내놨어요.

팻 겔싱어 인텔 CEO마저 위기론을 인정했습니다. 겔싱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AI 수혜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죠. 호기롭게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는 선언을 내놨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어려운 고비를 맞았지만 인텔은 차세대 장비를 경쟁사보다 먼저 도입했습니다.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 ‘하이 NA EUV’를 도입하기로 했죠. 겔싱어 CEO는 “2번째 하이 NA EUV가 오리건팹에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 NA EUV는 기존 EUV보다 미세한 파장을 갖고 있어 2나노 이하 공정에선 필수 장비로 통합니다.

삼성, 원키 솔루션 내놓겠다지만…실적은 글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제는 삼성전자를 살펴보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삼성전자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기는 했는데요. 지난 2분기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선 3000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TSMC와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뚝심 있게’ 원키 솔루션을 밀고 나가는 중입니다. 종합반도체 기업(IDM)으로서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보겠다는 거죠. 원키 전략은 간단히 말하자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TSMC는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원키 솔루션으로 반도체 개발·생산 소요 시간을 20%까지 줄여주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것만으로 TSMC를 뛰어넘기는 어렵곘죠. 그래서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GAA 공정을 제공할 수 있는 반도체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감싼 게 특징인데요.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효율과 성능이 뛰어납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를 적용한 3나노를 양산한 바 있죠. TSMC도 2나노부터는 GAA 공정을 적용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서울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열었는데요. 지난해와 달리 새로운 로드맵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오는 10월에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파운드리 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10월 독일·일본에서 파운드리 비전을 새로 밝히면 빠르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칩워(Chip War) 최전선에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매주’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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