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했는데 알맹이 없는 붕어빵만…DB하이텍 개미들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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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DB그룹의 주력 계열사 DB하이텍은 국내 제조업 상장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었다.
DB하이텍 투자자 A씨는 "2개월 전에 대단한 게 있는 것처럼 밸류업 공시를 사전 예고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알맹이가 전혀 없었다"며 "주주들이 골프장 매입을 반대했음에도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담은 밸류업 본공시에 '고부가 하이엔드 프로퍼티' 사업을 명시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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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벌어들인 과실을 투자자들과 함께 향유하려는 기업의 진정성이 동반돼야 한다. DB하이텍은 비금융 상장사 중에서 가장 먼저 밸류업 예고공시를 내놓는 등 전향적 모습을 보였으나 동시에 DB Inc 지주사 만들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과 소통문제가 덤으로 거론된다. 자본시장에서 DB와 DB하이텍의 진로는 어디일까.
DB그룹의 주력 계열사 DB하이텍은 국내 제조업 상장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었다. 2개월 만에 밸류업 프로그램 본공시를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8개월 전에 발표한 'DB하이텍 경영혁신 계획'과 판박이라고 평가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 14일 6월 예고했던 밸류업 본공시를 발표했다. 본공시에는 글로벌 10위 내(TOP 10) 시스템반도체 회사로 도약을 목표로 2030년까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1조7000억원,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 확대에 2000억원, 12인치 진출에 2조5000억원, 신재생에너지 및 고부가 하이엔드프로퍼티 등 신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주주친화정책으로는 배당성향을 현재 10%에서 10~20% 수준으로 확대하고 자사주 비중은 6%에서 15%로 늘려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 30%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하는 등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도 개선하겠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DB하이텍이 내놓은 밸류업 본공시가 새롭지 않다고 평가한다. KCGI와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28일 내놓은 'DB하이텍 경영혁신 계획'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시 경영혁신 계획에서 DB하이텍은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 10%에서 10~20%로 확대하고, 자사주 비중도 6%에서 15%로 늘려 주주환원율 30%대를 유지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12인치와 팹리스 사업부 전망의 경우 매출 전망치와 시각물마저 동일했다.
DB하이텍 투자자 A씨는 "2개월 전에 대단한 게 있는 것처럼 밸류업 공시를 사전 예고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알맹이가 전혀 없었다"며 "주주들이 골프장 매입을 반대했음에도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담은 밸류업 본공시에 '고부가 하이엔드 프로퍼티' 사업을 명시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의 성장세가 2022년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의 실현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기업의 투자여력과 배당여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2022년 말 7309억원에서 지난해 말 2243억원으로 1년 만에 69% 급감했다. 올해 2분기 대부분 반도체 상장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DB하이텍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683억원으로 집계됐다.
DB하이텍에 앞서 밸류업 본공시를 내놓은 키움증권, 메리츠금융지주, 신한지주 등은 전향적인 주주환원책을 담아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반면 DB하이텍의 경우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TOP 10 시스템반도체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의 실현도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GaN(갈륨나이트라이드)과 SiC(실리콘카바이드)를 활용한 전력반도체, 12인치 파운드리 시장 진출 등 큰 그림은 그렸지만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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