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성수기에 시름 잠긴 면세업계…왜?

정유미 기자 2024. 8. 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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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과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면세업계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올해 상반기 1인당 면세점 구매금액이 50만원대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지난해보다도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면세점 매출액은 7조3969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5118억9000만원)보다 13.6%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구매객 수가 949만7000명에서 1382만5000명으로 45.6% 증가한 것에 비하면 크게 저조한 성과다. 전체 매출액을 구매객 수로 나눈 1인당 구매액도 68만6000원에서 53만5000원으로 22.0% 감소했다.

연도별 1인당 구매액을 보면 2019년 47만9000원, 2020년 96만8000원, 2021년 266만4000원, 2022년 195만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 들어서는 더 줄었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2022년은 국내외 여행 제한으로 ‘다이궁(보따리상)’ 매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도 보따리상 매출 비중이 50∼60%로 작지 않았던 만큼 1인당 구매액 감소를 다이궁 변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문제는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90% 이상 회복됐지만 면세점을 찾는 발걸음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구매 고객 수는 2019년(2435만4000명) 대비 57.0%에 불과하다. 특히 내국인 구매객이 같은 기간 1473만6000명에서 940만2000명으로 36.2%, 외국인은 961만8000명에서 442만3000명으로 54.0% 각각 줄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 유커들의 한국 방문이 늘지 않는 데다 외국인들의 관광 트렌드도 면세점 쇼핑보다는 먹거리와 체험 중심으로 바뀌었고, 고환율로 내국인마저 발길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면세점업계의 인건비 등 고정비와 공항 임차료,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부담도 커졌다.

실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4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적자로 전환해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면세점(70억원)과 신세계면세점(158억원) 영업이익도 각각 83.8%, 75.5%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지난해 상반기 16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도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라와 신세계 등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올해 4분기 이후 실적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운영 중인 임시 매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4분기 이후 정규 매장으로 전환하면 임대료 산정 기준도 매출 연동에서 여객 수 연동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여객 수가 빠르게 회복하는 데 반해 구매 고객은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공항 임대료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면세업체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인력 효율화 차원의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다른 면세점도 수익성에 중점을 둔 사업부 개편, 조직 슬림화 등 비상 경영에 준하는 비용 절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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