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몽니’ 광복회 위상 추락하나…대통령실 “독립운동 주체, 광복회 혼자만 아니다”

정충신 기자 2024. 8.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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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자체 기념사 야당 인사 대거 참석 정쟁 얼룩져 비판 여론 확산
광복회장 독점 경축식 기념사 순국순열유족회장이 처음 대신해
17개 보훈부산하 공법단체 중 독립분야는 광복회가 유일
정부 보훈단체 지원 강화 방침 따라 순국선열유족회 등 공법단체 추가지정 시사
제79주년 8·15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기념사하고 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 기념식이 15일 사상 처음으로 정부 경축식과 광복회 자체 기념식으로 나눠지고 여·야, 독립운동 관련 단체간 분열돼 치러지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립관련 단체 중 유일한 공법단체인 광복회가 1965년 창립 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기념사를 했던 관행을 깨고 스스로 불참함으로써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처음으로 독립 관련 단체를 대표해 기념사를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구나 이종찬 광복회장이 불참 이유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뉴라이트·친일인사라고 주장했지만 김 관장도 정부도 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후보로 추천한 인사(김진 광복회 부회장·김구 장손)구 낙마한 데 대한 불만이 표출된 데 따른 ‘이종찬 몽니’가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관련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광복회 안팎에서는 애초 경축식 정부 중앙행사에 보훈단체를 대표하는 광복회장이 불참할 경우 정부행사가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사단법인인 순국선열유족회장이 광복회장 자리를 대신해 기념사를 함으로써 그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1965년 광복회 창립 후 광복회장이 아닌 다른 독립단체 회장이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특히 독립 분야 공법단체에 대한 추가 지정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대통령실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현재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는 총 17개(호국 관련 10개, 민주 관련 6개, 독립 관련 1개)로 그중 독립 분야는 광복회 단 1곳뿐이다. 이에따라 광복회는 매년 30여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등 독립운동관련 단체를 대표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으나 최근 들어 고 김원웅 광복회장 당시 비자금 조성 등 비리혐의와 정치 중립성 위반으로 내홍에 빠지는 등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호국 관련 공법단체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10곳이다. 민주 관련 공법단체는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및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6곳이다.

그동안 순국선열유족회 등 다른 독립운동 단체들은 독립분야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요구해 왔지만 법령 개정 사항 등 이유로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독립 분야 공법단체를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독립 관련 유일한 공법단체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광복회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5·18 관련 단체등 공법단체 신청 과정에서 보훈부는 3개 단체를 통합 신청할 것으로 권고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이 다양성 존중을 이유로 3개 단체 신청을 모두 수용할 것을 요구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윤석열 정부가 보훈단체 및 보훈 가족 지원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보훈 관련 독립운동 단체들에 대한 공법단체 인가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립운동과 광복 주체가 광복회의 독점적 권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로 단체를 움직인다는 건 사적 활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광복회가 사적 감정으로 국가 기념행사에 불참한다고 한 건 과도하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광복절 행사 후 참모진들과의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의 불참에 대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며 당혹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광복절 당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다수의 야당 정치인이 참석한 것과 관련해 광복회 안팎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론통합에 앞장서야 할 광복회가 정쟁의 한가운데에 뛰어드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 광복회 고위관계자는 “광복회 기념식이 야당 정치인에 동조하는 정권 규탄 집회가 돼 버린 것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며 “특히 광복회 고위인사가 축사에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다른 독립운동단체들이 정부 규탄 시위를 벌이는 데 광복회가 가세한 것으로 비쳐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광복회는 기념식 행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광복회가 자체 기념식에 정치인·정당 인사 초청을 배제했다고 수차례 언론에 공지했음에도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정치권 인사는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는 등 우왕좌왕 행보를 보였다.막상 광복회 자체 기념식장인 백범김구기념관 행사장에는 야당 대표들과 이종찬 회장이 기념식장 앞자리를 차지해 광복회와 야당이 반정부 기념식을 치르는 행사로 비쳤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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