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이닝도 못 던졌는데' 어떻게 아직도 2위 싸움을 하지…미스터리팀 두산, 남은 일정은 유리하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미스터리하다. 두산 베어스가 사실상 외국인 원투펀치 없이 시즌을 치르고도 여전히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두산은 1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2로 승리하면서 3연승을 달렸다. 시즌 성적은 61승55패2무로 4위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2경기차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2연패에 빠진 3위 LG 트윈스와는 1.5경기차까지 좁혔다. 후반기 들어 믿을 구석이었던 불펜에 과부하가 걸려 한때 6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8월 성적 8승5패로 반등하면서 다시 2위 싸움의 불씨를 살렸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두산은 올해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과 각각 150만 달러(약 20억원), 113만 달러(약 15억원)에 재계약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강한 원투펀치를 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지난해 24승을 합작하면서 296⅔이닝을 책임졌다. 브랜든이 6월 말 딜런 파일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것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활약이었다. 이들이 올해도 지난 시즌의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면 지금 성적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아니 더 높은 곳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산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믿었던 알칸타라와 브랜든이 부상으로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시즌 내내 애를 먹였다. 알칸타라는 팔꿈치 통증을 계속 호소하다 12경기에서 2승2패, 64⅓이닝, 평균자책점 4.76에 그치면서 웨이버 공시됐다. 브랜든은 14경기에서 7승4패, 75이닝, 평균자책점 3.12로 건강할 때는 밥값을 했으나 왼어깨 견갑하근 손상으로 지난 6월 말부터 자리를 비웠다.
두산은 일단 알칸타라를 조던 발라조빅으로 완전히 교체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발라조빅은 시속 156㎞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파워피처인데, 문제는 이닝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불펜으로 커리어를 쌓아오다 보니 두산이 필요한 이닝이터 능력을 처음부터 보여주지 못했다. 5경기에서 2승2패, 27이닝,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하면서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브랜든은 완전 교체 대신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선택했다. SSG 랜더스에서 대체 외국인으로 6주 동안 활약했던 시라카와 케이쇼를 데려왔다. 리그 적응과 비자 발급 문제 등이 없고, 당장 실전에 투입할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 시라카와는 6경기에서 2승2패, 30⅓이닝, 평균자책점 5.34에 그쳤다. 체력 문제인지 두산에 오면서 제구가 갑자기 흔들렸고, 이적 초반 3경기에서는 5이닝도 넘기지 못해 애를 태웠다.
두산 외국인 투수 4명은 올해 196⅔이닝을 던지면서 13승을 합작했다. 18일 기준 리그 상위 4개팀 가운데 외국인 투수가 200이닝을 넘기지 못한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1위 KIA 타이거즈는 230⅔이닝(19승), 2위 삼성은 264이닝(18승), 3위 LG는 257⅓이닝(15승)을 기록했다. KIA와 LG는 각각 윌 크로우와 케이시 켈리를 부상과 부진으로 떠나보내면서 대체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래도 KIA는 제임스 네일, LG는 디트릭 엔스가 시즌 내내 버텨주면서 선발진을 끌고 갈 수 있었다.
두산 1선발은 곽빈이었다. 곽빈은 올해 24경기에서 11승8패, 134이닝,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두산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00이닝을 넘기면서 규정이닝을 바라보고 있고, 다승 공동 1위에 오르는 등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텨줬다.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나머지 국내 투수들까지 무너졌을 때는 사실상 곽빈 하나로 버텼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곽빈은 선발진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관련해 "굉장히 무겁고 힘들더라. 가장 크게 얻은 점은 책임감이다. 공 몇 개를 던지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제일 강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선발이 붕괴되면 자연히 불펜이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곽빈만큼 올해 큰 힘이 된 게 불펜 투수들이다. 두산 불펜은 488⅔이닝을 던져 현재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신인 김택연이 53⅔이닝으로 팀 내 1위고, 이병헌(52⅔이닝), 홍건희(45이닝), 이영하(45이닝), 최지강(41⅓이닝), 박치국(37⅓이닝), 김강률(33⅔이닝) 등이 부담을 나눴다. 이영하와 최지강은 지난달 부상으로 이탈했는데도 이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영하는 선발이 조기 강판한 경기마다 멀티 이닝을 던지다 결국 탈이 났다.
김택연과 최지강, 이병헌 등 그동안 필승조 주축이 아니었던 영건들이 잠재력을 터트린 시기라 올해 선발 붕괴가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기본만 했어도 이들은 관리를 받으면서 성적까지 낼 수 있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선발이 흔들릴수록 이들의 책임이 더더욱 커졌고, 결국 최지강은 어깨 통증으로 쉬어 가야 했다. 좌완 이병헌은 최근 시속 150㎞가 넘는 공이 안 나올 정도로 힘이 떨어져 있으나 혼신을 다하고 있고, 김택연은 마무리투수를 맡은 뒤로 그나마 관리를 받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시즌 내내 투수를 혹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 비판에서 이 감독은 분명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불가피했다. 어쨌든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동원해 성적을 내는 게 프로팀 사령탑에게 1순위 임무다. 나중을 생각한다는 것은 리빌딩을 뜻하는데, 두산이 FA 시장에서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고려하면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이 감독은 비판을 감수하고 성적을 내는 쪽을 택했고, 기적과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잔여 일정이다. 두산은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18경기를 치렀다. KBO가 발표한 잔여 일정을 살펴보면 두산은 다음 달부터는 순위 싸움을 펼치는 팀 가운데 휴식일이 가장 많다.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은 단 4경기밖에 치르지 않는데, 연전도 없다. 그동안 지쳤던 투수들이 충분히 쉴 시간을 벌 수 있다.
다음 달 19일부터 23일까지 잠실에서 치르는 5연전이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KIA전을 치르고 20일부터 22일까지 LG와 3연전을 펼친 뒤 23일 SSG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특히 LG와 3연전은 두산의 시즌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우리가 5경기 연속으로 하는 일정이 있더라. 그때까지가 아마 승부가 될 것 같다. 그 이외에는 휴식이 좀 있다 보니까 투수들을 충분히 경기마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일정이 그렇게 나와 있다. 시즌 초반에는 우리가 힘들었지만, 경기를 많이 한 게 마지막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마다 투수들이 다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스케줄이 잘 짜인 것 같다. 또 발라조빅과 곽빈이 지금 예상대로면 오늘(17일) 포함 7경기씩 남았더라. 1, 2선발이 남은 27경기 가운데 14경기를 나가주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스케줄이라 생각한다"며 시즌 끝까지 2위권 싸움에 총력을 다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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