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도 없는 선릉 훼손 50대 여성 구속 기각… 경찰 “범행 동기 파악중” 미스터리 증폭
세계문화유산 선릉 성종대왕릉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이 구속을 면한 가운데 경찰은 해당 여성이 시신도 없는 선릉을 훼손한 범행 동기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이모씨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묘를 훼손한 것이기에 무속인이냐고 추정하는데, 이씨는 무속인이 아니다”며 “직업이 있는 사람이고 아직 뚜렷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앞서 16일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이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초범인 점 및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범행 동기, 피해 정도, 수집된 증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고려할 때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 14일 새벽 2시 30분쯤 범행 당시 챙이 있는 모자에 등산복 차림으로 선릉을 찾았다. 손전등을 들고 가방을 맨 상태로 작은 모종삽을 들고 주먹 크기의 구멍을 냈다. 선릉 관리소 측은 “피의자가 전통 담장과 철제 담장 사이 틈으로 선릉에 들어왔다”며 “CCTV로 주시하고 있었고, 이상한 낌새가 보여 바로 출동했지만, 이미 범인은 현장을 벗어난 상황이었다”고 했다.
한편 성종과 정현왕후 윤씨가 안장된 선릉, 중종이 묻힌 정릉은 임진왜란 당시 도굴됐다. 1592년 수도 한양은 일본군이 점령한 상황이었고 선조는 의주로 피신해 있었다. 도굴 사실은 수도 한양 탈환 작전이 벌어진 이듬해 알려지게 됐다. 선조의 할아버지인 중종 분묘가 파헤쳐지고 시신이 불탔으며, 산 너머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가 묻힌 선릉은 시신이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선조실록에 1593년 5월 4일에는 “선릉에는 재만 남았고 정릉에는 정체불명의 시신이 있었다. 주변에는 밥을 해먹은 흔적, 옷을 태운 흔적이 있었다”고 적혔다. 선조는 “생전에 중종 얼굴을 본 사람을 찾아 시신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생전 중종의 모습을 기억하는 다섯 명이 그림을 그려 확인하니, 6월 28일 중종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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