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더니 왜 우리를” 서민들 불만 폭발…디딤돌·버팀목 대출까지 금리 올려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 0.2~0.4%p↑
9억원 초과 거래 비중 절반 넘어
“왜 서민대상 대출 금리부터 올리나”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금리의 정책 대출을 알아보던 서민층 수요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장 지난 16일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정책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18일 주택·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주택도시기금의 대출금리와 시중금리 간 적정한 차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를 0.2∼0.4%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디딤돌대출(주택 매매) 금리는 기존 연 2.15~3.55%에서 2.35~3.95%로, 버팀목대출(전세) 금리는 기존 1.5~2.9%에서 1.7~3.3%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인상된 금리는 지난 16일 이후 기금e든든 또는 은행 영업점 대면 접수분부터 적용됐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이 가운데 주택 매매에 사용되는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주택(비수도권은 5억원 이하)을 살 때 낮은 금리에 최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전세 대출인 버팀목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정부가 정책대출의 금리를 높인 이유는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낮은 디딤돌 등 정책 상품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 대출과 집값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디딤돌 대출의 경우 올 상반기 공급액(집행 실적 기준)이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2000억원)대비 1.8배 늘었다.
다만, 국토부는 최근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집값을 크게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최저 1%대의 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저출생문제 해결 목적으로 2년 이내 출산이라는 조건이 있는 데다가 올해 상반기 주택도시기금 대출 공급액 28조8000억원 중 비율이 14%(약 4조원)에 그치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디딤돌 대출 수요자들은 온라인커뮤니티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6억원 초과의 중고가 아파트에 있는데 왜 서민·중산층 대상의 대출 금리를 올려서 주거비 부담을 키우냐는 것이다.
실제 직방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2만3328건 가운데 53.1%(1만2396건)가 9억원 초과 거래로,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7964건)와 비교하면 반년 사이 55.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6억원 초과~9억원 이하와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거래는 각각 37%, 21.2% 증가에 불과했다.
경제만랩이 국토부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미만 거래의 비율은 올 1분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반면,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고 비율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10억원짜리 주택과 일부 지역에 편중된 거래로 주담대 물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정부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 상향을 위해 마련된 주택 정책 대출의 금리를 올렸다“면서 허탈해 했다.
누리꾼 C씨는 ”집값 상승이 무주태 실수요자 탓으로 돌리는 것 같은 정부 정책에 화가 난다“며 ”집값 상승 원인을 전 정부 탓만 하더니 이번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제2금융권 포함 가계부채가 1805조9000억원으로 치솟자 실수요자 대출 관리를 추진했으나 실거주 목적의 대출을 막는다는 여론에 밀려 정책을 번복하는 등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디딤돌 대출 등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대출이고, 최근의 집값 상승세가 6억원보다는 고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승지역들은 비교적 고가 및 중고가 정도 되는 수준의 아파트들 위주이고,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사실상 서울에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시중 주담대도 금리가 낮은 상황인데 이처럼 선제적으로 서민 대상 대출 금리부터 비교적 큰 폭으로 올리게 되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내 집값 상승 기대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면 일부 주택 매매수요자들은 제도권 대출 대신 세입자에게 돈을 빌려 목돈을 마련하는 갭투자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은행 대출보다 쉽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보니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지면 비제도권 대출로 눈을 돌릴 수 있고 그 여파로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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