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 … 대출규제 재정비 '시급'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시장 꿈틀
건설자재 오르며 주택공급 위축
분양가 치솟자 신축 구매심리 ↑
싼 금리로 돈 푼 정책 오류도 커
국가적 현안 가계대출 억제 역행
양질의 공공주택 많이 공급해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심상치 않다.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거 최고점에 근접하던 주택 거래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 등으로 불이 옮겨 붙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현금을 쌓아둔 채 집을 사지 않는다. 주택 거래와 가계대출은 흐름을 같이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은행권 가계대출이 4~7월 넉달째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4월 4조5000억원, 5월 5조7000억원, 6월 6조2000억원에 이어 7월에도 5조6000억원 급증했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리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건설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며 신규 주택공급이 위축됐다.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자 신축 아파트 구매심리가 살아났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ㆍ다가구 등 비非아파트를 불안해하는 실거주자들이 아파트 전세 수요를 떠받쳤다.
정책 오류도 자못 컸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하게 싼 금리로 돈을 풀었다. 그 결과, 4~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60%는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등 국토교통부가 공급한 정책금융 상품이 차지했다.
디딤돌ㆍ버팀목 대출은 정부가 기금을 통해 금리차액을 보전해주는 대출상품으로 취약계층의 주거안정과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국토부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다. 하지만 국가적 현안인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역행하는 문제점이 있다.
게다가 정부는 6월 말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7월에서 9월로 두 달 연기함으로써 '막차 수요'를 촉발했다. 또한 성급하게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꺼내들어 '똘똘한 한 채' 수요와 함께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원정 매수를 자극했다.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뒤늦게 16일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전반적으로 내림세다. 정책대출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버거울 것이다.
시장 관측대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계속 미루기 어렵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하락→대출 증가→부동산시장 불안'의 악순환을 빚지 않도록 대출 규제 등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가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가 본격화하기 전에 대출 관련 제도와 규제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DSR 2단계 규제를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전세자금대출에도 DSR 규제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고,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촉진하는 내용의 8ㆍ8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모든 정책 수단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2023~2027년 5년간 주택 270만호 공급 등 정책이 남발되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주택공급 목표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대책 발표와 실제 주택공급에는 적어도 몇 년 시차가 있는 데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난개발 우려와 지방소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정책이 없진 않다. 인천시와 서울시가 지난 7월 저출생 대책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신혼부부에게 하루 임대료 1000원인 '천원주택'을 공급한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Ⅱ' 1호 사업으로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300세대를 공급한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인천시 매입 임대주택 500호와 전세 임대주택 500호 등 1000호의 '천원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제공한다. 천원주택은 예비 신혼부부 또는 결혼한 지 7년 이내 신혼부부가 최초 2년, 최대 6년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Ⅱ'는 반값 전세로 시작해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자녀를 한 명 낳으면 거주기간이 최대 20년으로 늘어난다. 저렴한 데다 장기 거주가 가능하니 출산율 제고에 보탬이 되고, 주변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선거철이면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한다. 집권 초기에 공공주택 몇만호 공급 로드맵을 내놓는다. 그러다가 집권 중반에 이르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공공주택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공공주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주택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공주택 입주 경쟁률이 높아졌지만 정부의 주택정책은 변화하지 않았다.
반값이 아니어도 괜찮다. 교통이 편리하고 각급 학교가 가까운 곳에 지역 실정에 맞춘 양질의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집값이 안정된다. 내수침체 속 집값 급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가 실력을 보여줄 때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답습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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