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민참여재판 1심 만장일치 무죄, 뒤집으려면 신중해야”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나온 무죄 판결을 2심에서 뒤집으려면 더 신중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록 검토만으로는 만장일치 무죄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는 기존 판례에서 나아가, 추가 증거조사도 예외적일 때만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1년 12월~2013년 7월 “화물트럭 20대를 구매해 1대당 월 4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트럭 살 돈을 빌려주면 원금과 수익금을 주겠다”며 대부업자 B씨를 속여 총 31억5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성대)는 A씨의 요청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7인의 만장일치 의견을 토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B씨를 속였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고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A씨가 화물트럭을 구입한 후 관련 사업을 해서 수익금을 주겠다고 B씨를 속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챘다”고 봤다. 2심에서는 1심에 불출석했던 증인 C씨, 피해자의 배우자 D씨, 피고인의 직장 대표 E씨가 증인으로 추가 신청돼 변론이 진행됐다.
대법원은 1심 국민참여재판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뒤집은 2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경우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취지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정신을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증거조사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2심에서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1심에서 채택하지 않은 증거를 2심에서 새로 채택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1심에 출석하지 않아 증인이 취소됐다가 2심에서 다시 증인으로 채택된 C씨에 대해 “검사가 재차 증인신청을 했는데, 2심에서 증거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는지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2심에서 새로 채택된 증인 D씨와 E씨에 대해서도 “1심에서 이미 신청하지 않은 증거로서 당시신청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조사된 증인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정들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1심에서 이미 고려했던 사정 중 일부에 불과하거나, 유무죄 판단에 관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수적 지엽적 사정들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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