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고 보면 항상 없는 사무실 집게…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그거사전 - 31] 사무실에 있는 형형색색 집게 ‘그거’
철판을 삼각기둥 모양으로 구부려놓은 더블클립의 철사 손잡이는 용도에 따라 펼치거나 눕힐 수 있고 아예 뺄 수도 있다. 또 철사를 굽혀서 만든 전통적인 클립에 비해 더 두꺼운 서류 뭉치를 안정적으로 철할 수 있고, 서류들을 철해놓고 손잡이를 아래로 접어놓으면 다른 집게와 달리 손잡이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사무실에서 많이 쓰인다. 스테이플러와 함께 ‘서류정리업계’(없는 업계다)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다.
클립을 논하면서 노르웨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초의 클립을 발명한 사람이 노르웨이인이라는 착각에서 시작된 황망한 사건이다. ‘노르웨이 민족의 상징’ 클립의 탄생 배경인 이 사건은, 한 마디로 노르웨이판 국뽕(국수주의)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나치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 괴뢰정부를 세웠을 때 클립은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당시 노르웨이의 국왕이었던 호콘 7세는 나치 독일의 최후통첩을 거부하며 영국에 망명정부를 꾸리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항전했다. 노르웨이 국민은 그의 항전에 괴뢰정부 하에서의 저항 의지를 이어 나갈 수 있었고, 국왕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의 이니셜 H7이 새겨진 핀을 옷깃에 꽂아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독일 당국이 왕 이름이 새겨진 핀을 금지하고 착용한 사람을 처벌하기 시작하자 대신 택한 것은 클립이었다. 마침 클립의 용도라는 게 따로 떨어져 있던 것을 한데 묶어주는 것이라고 보니 ‘결속’을 의미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전후 ‘클립의 신화’는 더욱 공고해졌다. 역사책과 백과사전에 세기의 발명에 관한 이야기가 덧대어졌다. 1989년 노르웨이 산드비카의 한 대학 캠퍼스에는 발러를 기리는 7m 높이의 클립 조형물이 세워질 정도였다. 발러의 특허가 아닌 영국 젬社의 클립 모양으로 만든 점이 옥에 티다. 1999년에는 발러의 클립 특허 출원 100주년 기념 우표가 발행됐는데, 여기에서조차 젬 클립 모양이다. 이 정도면 알고 놀리는 수준이다. 발러 본인이 보았다면 ‘내가 만든 게 아니라니까’라며 당황해하지 않았을까.
- 다음 편 예고 : 운동화 뒤축 부분에 달린 고리 ‘그거’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수십조 내더라도 K원전 쓰겠다”...한국 세일즈 외교 단골로 떠오른 이 나라 - 매일경제
- “잔치는 제가 초대해야죠”...올림픽 3관광 김우진, 고향서 ‘한턱’ 쐈다 - 매일경제
- “새벽 5시부터 줄 서” 성심당에 또 열광했다…이번엔 뭔가 했더니 - 매일경제
- 코스트코 주차장 서성대던 의문의 남자…제네시스 디자인 뽑아 1억대 신화썼다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4년 8월 19일 月(음력 7월 16일) - 매일경제
- 아빠 육아휴직 간다니 “1년 쉬겠다고?”…국내기업 인식 여전히 참담해 - 매일경제
- “열차 화장실 안까지 승객으로 가득 차”…KTX 궤도이탈에 대혼란 - 매일경제
- “도대체 당근서 뭘 팔길래 年5000만원?”…종합소득세 신고하는 ‘당근 고수들’ - 매일경제
- “이게 무슨 일?”…북한이 이름 지은 태풍, 한반도에 찜통 더위 몰고 온다 - 매일경제
- “실망시켜 드려 죄송, 출연 예능 자진하차 통해 책임 지는게 맞아”…음주운전에 고개 숙인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