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끝낸 특급 재능의 비상…자신감, 김서현에게 필요했던 한 가지
김서현(20·한화)은 지난달 3일 대전 KT전을 통해 45일 만의 1군 복귀전을 치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예고와 달리 조금 타이트한 상황에 김서현을 올렸다. 0-3이던 8회초 무사 1·2루에 구원 등판한 김서현은 최고 시속 157㎞ 빠른 공을 앞세워 실점 없이 아웃 카운트 3개를 채웠다. 김 감독은 “야구는 조그마한 데서 자신감을 찾으면 차이가 크게 난다”며 이날 김서현의 호투에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고를 졸업한 김서현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입단 당시부터 ‘특급 재능’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데뷔 시즌 20경기 평균자책 7.25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제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투구 폼을 교정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방황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제구를 의식한 탓에 특장점인 구속도 떨어졌다.
김서현의 특별한 재능을 눈여겨본 김 감독은 자신감마저 결여된 어린 투수에게 손 내밀었다. 6월3일 취임한 김 감독은 닷새 뒤인 8일, 당시 퓨처스(2군)팀에 있던 김서현을 대전으로 불러 따로 식사했고, 30일 사직 롯데와 더블헤더를 앞두곤 특별 엔트리에 넣었다. 더블헤더가 끝난 뒤에도 1군과 동행할 기회를 얻은 김서현은 김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김서현의 재능은 곧 빛을 보기 시작했다. 17일까지 1군 복귀 후 16경기에서 단 2실점 하며 1패 6홀드를 기록했다. 고비가 없진 않았다. 복귀 두 번째 경기인 지난달 11일 고척 키움전에선 4-4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등판해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기 공을 던져 안타를 맞은 투수에게 뭐라 할 순 없다”며 고졸 2년 차 투수를 감쌌다. 그 뒤로 김서현은 1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김 감독의 말처럼 조그마한 데서 자신감을 회복한 김서현은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2군 15경기 평균자책 8.40으로 부진하던 투수가 가을야구를 향해 스퍼트 중인 팀의 주요 계투 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1군에선 22경기 평균자책 1.59를 기록 중이다. 물론 과정까지 완벽하진 않다. 지난 1일 수원 KT전에선 볼넷 3개를 허용하며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특급 재능’의 잠재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다. “포텐(잠재력)은 분명 터진다”고 확신한 양상문 투수코치의 믿음대로 김서현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야구에 주눅 들었던 김서현의 얼굴에선 이제 자신감이 엿보인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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