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청년’ 44만명, 역대 최대… 4명 중 3명은 “일할 생각 없다”
구직 않고 ‘취업 포기’ 실태 보여줘
고용률·실업률 동반 하락한 이유
지난달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넘은 것이다. 이들 4명 중 3명(75%)은 일하기를 원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작년 동월보다 4만2000명 늘어난 4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000명까지 증가했다. 2022년 36만1000명으로 줄었으나 작년엔 40만2000명으로 증가 전환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40대 쉬었음 인구는 28만4000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적었고, 30대도 28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50대는 39만4000명을 기록했다.
청년층 인구는 감소하는데, 쉬는 청년은 늘면서 그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층 인구 815만명 가운데 쉬었음 청년(44만3000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했다.
쉬었음 청년 중 상당수는 일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청년(44만3000명)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33만5000명에 달했다. 75% 이상이 구직 의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노동 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46.5%)은 작년 같은 달보다 0.5%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 5월(-0.7%p)과 6월(-0.4%p)에 이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통상 취업자가 줄어 고용률이 하락하면 실업률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5.5%)은 오히려 0.5%p 하락했다.
고용률이 악화한 상황에서 실업률 지표가 개선된 것은 실직자 중 상당수가 실업자가 아닌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고용률이 하락하고, 이들이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자로 집계된다. 하지만 구직시장을 떠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면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는다. 고용률이 악화해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청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보다 더디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4월 15만명을 웃돌던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감소 폭은 지난 달 5만1000명까지 내려앉았지만,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 감소 폭은 7만8000명에서 17만7000명으로 확대됐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석 달째 하락세다.
최근 건설업 부진 영향으로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50대의 고용률·실업률 지표 역시 청년층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0대 고용률은 5월(-0.4%p), 6월(-0.8%p), 7월(-0.5%p) 석 달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넉 달째 증가했고, 같은 기간 경제활동참가율도 하락했다. 하지만 50대 실업률은 5∼6월 상승 폭이 둔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5%p 하락했다.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서 고용률 감소에도 실업률이 하락한 것이다.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실업자’로 남아 일자리를 찾지 않고 아예 구직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 총괄은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 간 격차가 너무 크다”라며 “비경활 안에서도 교육 등 취업 준비를 하는 자와 그냥 쉬는 자와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직자는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제한돼있고 결국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쉬었음’ 증가는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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