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새 중재안 도출···중재국·당사국 간 온도차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들 앞에 피란민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동 확전 여부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향방이 이르면 수일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협상 중재국들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의견 차는 여전해 난관이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향후 일주일 안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재진에게 협상이 “낙관적”이라며 휴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 전 휴전 성과를 내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말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지난 15~16일 양일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회담 뒤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남은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새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며칠간 세부 사항을 조율해 내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21일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에 중재국 3국 정상이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중재국들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군 통제권 문제와 가자지구 구호 물자 반입 규모, 이스라엘 인질과 교환될 팔레스타인 수감자 규모 등에 대한 논의가 이번 회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재국들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핵심 쟁점에 대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져 새 중재안이 수용될지는 불투명하다.

하마스는 새 중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이 여전히 휴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중재국들이 “환상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정치위원이자 대변인인 가지 하마드는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에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간극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협상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하마스 측에선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 당한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협상을 진두지휘해 왔다. 하마스는 하니야 암살 이후 열린 이번 회담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중재국들을 통해 회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회담에 대표단을 파견했으나, 그간 주요 협상 국면마다 하마스가 수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협상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악시오스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기 위해 18일 이스라엘로 향한다고 전했다.

휴전은 하마스 수장이 이란에서 암살된 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억제하거나 그 수위를 완화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여겨져 왔다. 미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협상에 시간을 주기 위해 이스라엘 보복 계획을 일단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하니야가 암살되자 이스라엘을 암살 주체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예고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조만간 열릴 카이로 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될 경우, 이란의 보복 단행으로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알자와이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일가족 등 18명이 사망한 뒤 한 주민이 가족의 시신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은 휴전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이어가며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지난 15일 4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협상 종료 다음날인 17일에도 레바논과 가자지구를 폭격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10명은 모두 내전을 피해 이 지역으로 피란을 온 시리아 난민들로, 전쟁을 피하려다 또 다른 전쟁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습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기 창고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중부 알자와이다에서도 주택이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을 받아 2~11세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일가족 등 1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