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용자 의견 청취 없이 거주자 우선주 차장 제거 위법"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가정·행정법원 전경 (서울가정법원 제공)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주변 민원으로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빼앗긴 이용자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A 씨가 서울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주차장 제거(삭선) 심의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공동소유자로, 2019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해당 건물 앞에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 편에 2021년 11월 유료주차장이 생기면서 민원이 제기됐다. 유료주차장 측이 A 씨의 주차장 때문에 자신들의 주차장 진출입에 어려움이 있어 손님들이 잦은 접촉 사고를 당한다고 주장하며 삭선을 요청했다.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은 지난해 5월 삭선심의위원회를 열고 "맞은편 주차장 차량 진출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삭선 결정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공단 측은 A 씨의 원고 자격을 문제 삼았다.

공단 측은 주차구역 사용기간이 종료돼 그 구역을 없앤다고 통보한 것에 불과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주차구획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받지 못했고 신청권도 없어 법률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강남구 거주자우선주차제 관리 운영 기준에 따르면 전용주차란 일반주차와 달리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는 대문 앞(점포 앞) 출입구 등에 건물주 또는 이용자 동의를 받아 주차구획 설치 후 지정된 차량만 이용하는 제도"라며 "운영 기준에는 폐쇄에 관해 '공문에 의한 삭선요청, 공사로 인한 도로점용허가 승인된 도로의 주차구획일 경우 사용자에게 주차구획 폐쇄 안내문 발송 후 삭선토록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규정에 비춰 보면 피고의 삭선 결정은 노상주차장 폐지에 해당하고, 이는 공권력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인 처분에 해당한다"며 "운영규칙에 따라 우선 배정을 받아 해당 구획을 최우선으로 사용할 권한이 있는 원고는 삭선으로 주차구획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돼 이를 다툴 원고적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삭선 결정은 원고에 대한 침익적 행정처분으로 결정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한 바 없다"며 "따라서 삭선 결정은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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