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으로 범벅된 도시 ‘닭둘기’...“사람에 박테리아 전파 우려” [사이언스라운지]
사무셀 셰퍼드 영국 옥스퍼드대 미생물유전체학 및 진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대표적인 항생제로 페니실린이 있다. 1928년 발견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부터 부상병 치료에 널리 사용됐다. 페니실린 발견 전에는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감염 질환의 치료 여부가 결정됐으나, 페니실린의 등장으로 감염 질환은 치료의 영역이 됐다.
문제는 항생제 사용이 늘면서 항생제 내성이란 문제가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상 세균 중 일부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이 유전자 변이는 항생제 효과를 없앤다. 항생제를 인체에 투약하면 항생제에 민감한 균은 죽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일부 균들은 살아남아 증식을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셰퍼드 교수팀은 항생제 문제 관련 도시 새들에 주목했다. 도시 새들에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를 운반할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그간 도시 새와 같은 야생조류들이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감염병을 전파하는 것으로 분석해왔다. 16개국 과학자들은 지난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조류인플루엔자 H5N8의 세계적 확산이 장거리 이동 철새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014~2015년 당시 전 세계에 H5N8 유행 사태가 벌어졌는데, 한국에서 시작된 유행이 삽시간에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퍼졌다. 16개국 공동 연구팀은 한국에 머물렀던 철새가 시베리아, 베링해, 몽골 북부 등 다양한 종과 무리가 모이는 중·고위도 철새 번식지로 이동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로 H5N8이 전파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분석에 따르면 도시 새들처럼 인간과 접촉이 많은 야생조류들은 산과 같이 고립된 환경에서 사는 조류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캠필로박터 제주니균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시 새들에서 발견된 캠필로박터 제주니균은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를 약 3배나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도시 새들이 향생제 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것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예를 들어 갈매기나 까마귀는 쓰레기 매립지에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오리와 거위는 폐수로 오염된 강이나 호수에 살면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보유한 도시 새들이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까지 도시새들에서 사람으로 이 박테리아가 직접 전파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닭과 같은 가금류에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에게로 전달된 사례는 발견됐기 때문이다. 야생조류들이 가금류에 박테리아를 옮기고, 이 가금류를 섭취한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잔여물이 시중에서 유통 중인 우유에서 검출됐다는 보고도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소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바이러스 유전물질 일부가 우유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 시판 우유를 조사한 결과 일부에서 AI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FDA는 당시 “바이러스 입자가 있지만 전염이 가능할 정도로 활성화된 바이러스는 아니다”며 “저온 살균된 우유에서 생존 가능한 바이러스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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