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주 원인, 과충전 아닌 배터리 셀…모니터링 강화 필요”

2024. 8. 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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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섭 성균관대 배터리공학과 교수 미디어 인터뷰
“배터리 100% 충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오해”
“전기차 대상 ‘마녀사냥’식 제재 우려”
“과도한 우려와 제재,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의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도 이미 과충전 제어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터리 모니터링 기술 강화 등 전기차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안전성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를 제어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배터리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를 일으키는 지배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성균관대와 삼성SDI가 손잡고 설립을 추진 중인 배터리공학과(가칭)의 대표 교수로, 성균에너지과학기술원 차세대배터리 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윤 교수는 일각에서 전기차 배터리 화제의 주원인으로 ‘배터리 과충전’을 꼽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라며 “100% 충전이라는 게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충전 깊이와 화재가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교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의 100% 용량은 (g당) 275㎃h가량인데, 실제로 사용한 것은 200∼210㎃h 정도이며 이를 100%라고 규정한다”며 “다시 말해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배터리 수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정해진 100%를 초과해 충전을 더 하면 위험할 수는 있지만, 이미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으로 이 같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배터리 모니터링 기술 강화 등 전기차 안전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

아울러 윤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의 화재 가능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화재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휘발성이 매우 강한 액체 전해질(솔벤트)을 고체로 바꾸는 만큼, 근본적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화재에 대한 안전성이 굉장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충돌이나 이런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LiB) 기술을 가지고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전기차 안전성 논란을 야기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 사고 원인에 관해서는 “배터리 셀 내부 결함이 가장 합리적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 차량의 경우 중국 배터리 시장 10위권인 파라시스의 배터리셀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윤 교수는 “결함이라고 말하면 마치 불량처럼 느껴질 수가 있지만, 제조사마다 다 그 기술력이 다르고 수없이 많은 셀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셀의 편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이 같은 편차 가장 밑단에 있는 셀을 계속 사용자가 사용하다 보면 조금씩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사고가 화재가 날 정도로 배터리셀 온도가 올라가려면, 그전까지 조금씩 누적되는 부분이 있고 그 신호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에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또 “전기차의 배터리는 자동차 엔진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는 물론 배터리 화학물질 등도 함께 공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과 기술력은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에너지 밀도, 파워, 비용, 제품 안전 등 핵심 요소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3~4년 사이에 국산차 경우 (비충돌 상태에서의) 화재사고가 단 한 건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기술, 노하우 등 많은 경험이 축적돼 경쟁 회사들과 비교하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양시 한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연합]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최근 지자체 및 정부에서 내놓는 전기차 관련 대책에 관해 “당장 여러 대책이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법제화하거나 규정화할 때는 정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적어도 지금까지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지하주차장에 (전기차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식의 제재는 마녀사냥의 느낌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전기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는 방향이고, 우리 산업 경쟁력과 연관돼 있다. 과도한 우려에 모든 것을 제한한다면,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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