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인종차별은 왜 넘겼어?' 토트넘 이중성에 따끔 일침..."웃음가스만 바로 징계→이건 잘못된 메시지다"
[OSEN=고성환 기자] "문제는 해결책을 찾는 부담을 손흥민에게 떠넘긴다는 점이다."
'웃음 가스' 흡입엔 바로 징계를 내렸지만, 인종차별은 그냥 넘어갔다. 영국 매체가 토트넘 홋스퍼의 이중적인 모습에 일침을 날렸다.
'디 애슬레틱' 영국판은 17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이브 비수마에겐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고, 로드리고 벤탄쿠르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이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라는 제목으로 비수마와 벤탄쿠르의 잘못을 대하는 토트넘의 태도를 꼬집었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동양인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그는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실상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 유니폼을 달란 뜻이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은 뒤 문제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손흥민 사촌은 어떤가. 어쨌든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물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싫어해서 한 말이라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나온 저질 농담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인들 외모에는 차이가 없다는 인종차별적 시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남미에 동양인 차별 의식이 얼마나 만연한지 알 수 있는 방증인 셈. 아무리 익숙지 않은 다른 인종을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지만, 명백한 문제였다.
당연히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잡음을 피하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게시된 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과문을 올렸고, 'Sonny' 대신 'Sony'라고 적는 실수까지 범했다. 무엇보다 벤탄쿠르가 정말 반성했다면 자신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무감각했다고 정확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취급하며 넘어가선 안 됐다.
이후 벤탄쿠르와 토트넘은 침묵을 지켰다. 결국 손흥민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이를 알고 있다. 사과도 했다. 벤탄쿠르는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일로 하나가 됐다. 토트넘을 위해 싸우고자 프리시즌에 함께 돌아올 것"이라며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그러자 토트넘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다양성, 평등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팀이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의 영역, 나아가 더 넓은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팀 팬들이 손흥민을 인종차별했을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뒤늦은 대응이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벤탄쿠르는 두 번째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니라 손흥민을 언급했던 인터뷰", "그는 논리적으로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일이 단지 불행한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 다 해결됐다", "나는 절대 절대 다른 사람을 언급한 적 없다. 오직 손흥민뿐이었다" 등의 말로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벤탄쿠르가 직접 언급한 사람은 손흥민뿐이라지만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말은 분명 한국인을 넘어 동양인 전체를 차별한 말이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논리적으로(logically)' 이번 발언이 오해였다고 주장하며 많은 이들의 비판을 비논리적인 행동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로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쳤다면 무의식 중에 갖고 있던 인종차별적 시각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억울해하는 건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벤탄쿠르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 손흥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발을 뺐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달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가 우리를 안내하고 이끌 것이다. 문제를 처리하고 있고, 추후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럴 때 당장 뛰어들어 판결을 내리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이번 경우엔 손흥민이다. 우리는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한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손흥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감독이나 구단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명확히 문제를 정리하고 인종차별에 선을 긋는 역할을 기대했지만, 그런 얘기는 일절 없었다. 최소한 벤탄쿠르의 발언은 인종차별이 맞고 재발을 막겠다는 말은 나와야 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아직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웃음 가스를 흡입한 비수마는 곧바로 출정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사고를 쳤다. 최근 '히피 크랙'이라고도 불리는 웃음 가스를 마시는 영상을 찍은 것도 모자라 이를 직접 소셜 미디어로 공유한 것.
영국 '더 선'은 "주급 55000파운드(약 9600만 원)를 받는 비수마는 감독과 수백만 팬들을 실망시킬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북런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파티에 나섰다. 비수마는 술을 잔뜩 마신 뒤 리무진을 타고 풍선 속 아산화질소를 마시면서 잔인하게 웃었다"라고 전했다.
웃음 가스는 항정신성 약물 아산화질소를 담은 풍선으로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델리 알리를 비롯한 몇몇 축구선수들도 복용하는 모습을 공개하곤 했다. 하지만 오남용과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지난해 아산화질소 소지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규제에 나섰다.
비수마의 웃음 가스 흡입이 더 문제인 이유다. 그냥 구단 내에서 징계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엄연한 불법 행위이기 때문. 더 선은 "비수마는 당황스럽게도 친구들과 범죄를 저지른 영상을 공유했다. 웃음 가스 소지는 지난해부터 재범 시 2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아산화질소 사용은 뇌 장애, 우울증, 기억 상실, 실금, 환각 및 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논란을 자초한 비수마는 "영상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극심한 판단력 부족이었다. 얼마나 심각한지와 건강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다. 또한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롤모델로서 내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라고 고개 숙였다.
토트넘도 빠르게 내부 징계를 결정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토트넘은 비수마에게 1경기 출장 정지를 명령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레스터 시티와 개막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공개적으로 비수마를 질책했다. 그는 "비수마는 정말 나쁜 결정을 내렸다. 그를 이해하고 그를 돕고, 구단으로서 그가 앞으로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라. 제재가 필요하다. 여기엔 그 행동이 왜 문제인지에 관한 명확한 이해와 교육이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비수마는 축구선수다. 그는 팀 동료, 서포터, 클럽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그를 다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제재가 있어야 한다"라며 "비수마는 월요일에 뛸 수 없다. 그 외에도 그와 나, 그와 선수단 사이에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비수마는 지금부터 신뢰를 되찾으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출장 정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벤탄쿠르 사건 때와는 대조되는 단호한 태도.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렇게 축구선수로서 책임감과 신뢰를 중요시한다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을 그냥 넘어가선 안 됐다. 손흥민에게 맡기겠다는 말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디 애슬레틱은 "벤탄쿠르에 대한 대응과 비수마에 대한 대응을 보면 토트넘의 도덕적 입장은 다르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말한)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해결책을 찾는 부담을 손흥민에게 떠넘기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피해자다. 적절한 처벌을 결정하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라고 일침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 측은 잉글랜드 축구협회(FA) 벤탄쿠르를 기소할지 지켜본 뒤 다음 단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공개 사과가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벤탄쿠르가 '나쁜 농담이었다'라고 말한 건 자기 발언으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추가 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웃음 가스를 마신 비수마는 신뢰 회복이 필요하고, 동료를 인종차별한 벤탄쿠르는 괜찮다는 것도 모순이다. 디 애슬레틱은 "비수마가 라커룸에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면 벤탄쿠르도 관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토트넘은 1200만 명에 달하는 한국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벤탄쿠르는 징계를 피한 것도 모자라 비수마 대신 레스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징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게 됐다.
디 애슬레틱은 프랑스 대표팀 흑인 선수들을 비난한 엔소 페르난데스(첼시)도 별도의 징계를 피했다며 "벤탄쿠르와 페르난데스 둘 다 비수마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롤모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라며 "여기서 이상한 역설은 벤탄쿠르가 비수마의 출장 정지 덕분에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레스터전에서 비수마 대신 선발로 나설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매체는 "비수마는 출장 정지시키고 벤탄쿠르는 처벌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 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늦었더라도 문제를 확실히 매듭 짓고 나아가야 하는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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